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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희망 주는, 대통령의 참모습

입력
2022.06.15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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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부 주말 나들이 소식 신선하지만
文 정부 탁현민식 연출 시빗거리 돌아봐야
'일하는 대통령'의 짧고 진솔한 기사로 충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주말 내내 인터넷 포털은 대통령 부부의 나들이 소식으로 소란스러웠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설왕설래가 더 잦았다. 강남의 백화점을 방문했다거나 강북의 고급 빵집에 들렀다든지, 해외 영화제 수상 작품을 관람하며 팝콘을 먹었다든지 하는 기사들이 사진과 함께 전해졌다.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뜨거운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이미지 메이킹일 수 있다. 모든 이미지는 연출된 것이라는 상식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칼잡이 검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주말엔 아내와 다정하게 쇼핑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조금은 씻어낼 수 있었다. 또 관계자의 설명처럼 “대통령도 시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한 모습일 수 있다. 물론 이땐 시민보다 공인의 반대 표현으로서 ‘사인(私人)’이란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사적인 개인으로서 대통령 부부의 모습일까? 연출된 이미지로 전해진 대통령 부부의 소식은 신선할 수 있지만 걱정스럽다. 사실 대통령 가족도 쇼핑이 필요하고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부부의 이동 시에는 철저한 경호가 원칙이며 과잉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교통 통제도 불가피할 것이다. 문제는 사생활 보도 자체보다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막을 내린 두 편의 드라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해방일지’와 ‘우리들의 블루스’. 한국의 드라마 시청자라면 한 번쯤 보셨을 작품들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서울의 직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29개의 정거장을 지나서 또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경기도 어느 외곽에 사는 가족의 이야기다. 1,400만 명에 육박하는 경기도민의 삶이 배경이다. 밥벌이를 위해 매일의 성실함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과, 죽음으로써 고된 노동에서 해방된 어머니의 서사가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희망이라고 여겼던 것이 고통이 되는 순간, 오래 견뎌온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 삶의 다른 진실을 깨닫게 되는 역설(paradox)의 장면들을 그렸다. 가난하고 고된 노동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은 어떤 것인가?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찾게 만드는 지도자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의 ‘전통시장 꼬치어묵 먹는 사진’은 그래서 계속되는지 모른다. 저기 시장에 일상의 노동으로 지친 북적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내가 살아가리라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메시지가 갖는 힘 때문일 것이다. TV토론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넥타이를 맸다는 지적을 받고 사퇴한 후보까지 있었을 만큼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서울 아파트 가격, 매일 치솟는 물가,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 아직도 한참 더 오를 것이라는 금리, ‘1찍(민주당 지지자)’과 ‘2찍(국민의힘 지지자)’ 국민들의 반목과 대립,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 이 와중에 시도 때도 없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까지 국민들을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수없이 많다.

그렇다면 정답은 희망의 메시지일까? 아니다. 아무런 연출도 하지 마시라. 문재인 정부 시절 탁현민씨의 연출이 시빗거리가 되는 것을 여러 번 보지 않았나. 공인으로서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어느 명석하고 예리한 기자의 진솔하고 짧은 스케치가 전해질 때, 국민들은 비로소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ㆍ전 한국여성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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