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널뛰기에도 신중론
효과 미비한 물가 대책 내놓고
화물연대 파업은 책임 떠넘기기
‘경제 드림팀’을 자임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위기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계속되는 고물가·고환율과 화물연대 총파업이 한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지만, 면피용 대책을 발표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등 문제 해결 의지가 돋보이지 않은 탓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거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불났는데 소극 대처
총체적 경제 난국에 대한 윤석열 경제팀의 소극적 대처는 1,300원 돌파를 목전에 둔 원·달러 환율에서부터 드러난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를 기록(1,288.6원·5월12일)한 직후인 지난달 16일 재정·통화 정책 수장이 처음으로 공식 만남을 가졌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특단의 대책과 거리가 멀었다. “외환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15.1원 급등하며 1,284.0원까지 치솟았다. 코스피(2,504.58)도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기조와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각종 대외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정부는 이날 개최한 ‘긴급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에서 “필요시 즉시 시장 안정 조치를 가동하겠다”고 ‘구두개입’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시장 안팎에선 정부의 환율 방어 신중론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환율 조작국의 전 단계인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라 있는 만큼 달러를 순매도하는 등 적극적 환율 방어에 나서긴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미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에 준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대책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지금처럼 계속 하락할 경우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 역시 가속화할 수 있다.
‘유명무실’ 고물가 대책
능력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주요 경제 요직에 기재부 출신을 채우며 '경제 원팀'을 가동했다.
물가 관리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건 새 경제팀은 지난달 30일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물가와의 전쟁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생색 내기에 그친 고물가 대책 역시 윤석열 경제팀이 처한 경제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식용유·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 관세(0%)를 적용하고, 승용차를 구입할 때 붙는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도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대책에 담았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미 무관세 수입 돼지고기가 전체 수입량의 90%에 달해 물가 안정에 미칠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대기 기간이 6개월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역시 체감 효과가 적을 가능성이 높다. 개소세 인하 혜택은 계약일이 아닌 출고일을 기준으로 주어진다. 게다가 정부가 추산한 해당 정책 효과 역시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쳐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책임 폭탄 돌리는 정부 부처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한 달 전 예고된 데다, 파업에 들어간 지 벌써 1주일이 지났지만 정부는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물류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가 주무 부처라며 뒷짐을 지고 있고, 국토부는 해결 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등 폭탄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법률 개정 사안”(이달 8일)이라고 버티던 국토부는 파업 시작 나흘째인 지난 10일에야 떠밀리듯 화물연대 실무진과 면담을 했다. 화물연대 파업 관련 물류 차질로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만 약 1조5,86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내각 안에서조차 협력이 안 되는 건 상당한 문제”라며 “출범 초기 정책 동력이 사라지기 전에 보다 속도감 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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