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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협박·폭행 시달리는 변호사들… “법률사무소, 범죄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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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협박·폭행 시달리는 변호사들… “법률사무소, 범죄에 속수무책”

입력
2022.06.14 04:00
8면
0 0

재산 사건 놓고 변호인에 협박·폭행 빈번
피해자 변호인에 “출소 후 두고보자” 편지
대한변협, 보복·협박 피해 전수조사 나서
뾰족한 해결책 없어… '가중처벌' 입법 추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 앞에 인근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놓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화재 현장 앞에 인근 법무사 사무실 직원이 놓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대구 법조빌딩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재판 결과에 앙심을 품은 소송 당사자의 범행으로 파악되면서 법조인들의 충격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폭언과 협박에 대한 제대로 된 보호장치가 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협박 편지·메일은 다반사…"아들 죽이겠다" 전화에 전학까지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방화 사건을 두고 변호사들은 “개인적 원한에 따른 범행이지만,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돼선 안 되는 사법 테러”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변호사를 상대로 한 의뢰인의 불만 표출이 빈번하고, 이 과정에서 폭언은 물론 협박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폭력 조직원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법률대리를 맡았던 A변호사는 ‘출소 후 복수하겠다’는 편지를 받는 등 상당 기간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집으로 협박 편지가 전달되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B변호사도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의뢰인에게 “아들을 죽이겠다”는 전화를 받은 뒤, 다른 학교로 아들을 전학시켜야 했다. 박성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변호사는 업무 특성상 개인정보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며 "사무실 위치가 알려져 있는 데다, 보복이 두렵다고 정보를 비공개로 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협박 수준을 넘어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재개발 소송을 여러 차례 맡아 본 C변호사는 법정에서 나오다가 상대 조합원에게 폭행당한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재산이나 부동산 관련 사건을 맡게 되면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사무실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멱살을 잡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실질적 보호장치 없어 불안감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들은 “피해가 끊이지 않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장치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한다. 법원은 재판부와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기 위해 법정 출입구에서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검문·검색을 하고 있지만, 변호사 사무실을 법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안전과 테러 방지 예방 교육, 방호·경비업체와의 협력 체계 구축 지원, 경호물품 구매 지원이 현재 거론되는 변호사 보호 대책들이다. 서초동의 한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법률사무소 규모와 사건 성격, 의뢰인 특성에 따라 대응책은 천차만별이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12일 열린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발인식에서 유족과 지인들이 희생자들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12일 열린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 희생자들의 발인식에서 유족과 지인들이 희생자들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사법불신 시스템 개선이 필요"

변호사들이 그나마 기대하는 부분은 소송 대리인에 대한 상습 협박이나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변호사단체들의 움직임이다. '법률사무소 방화테러 사건 대책특별위원회'(이하 대책 특위)를 출범시킨 변협은 전국 변호사들의 신변 안전을 위한 실태조사와 함께 법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대표는 "변호사들이 잠재적 표적이 되고 있어 사법테러 가해자를 엄벌하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사법 시스템과 법조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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