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혁신위, 이준석 사조직 오해받을 수 있다"
친윤계 '민들레' 모임 봉합 하루 만에 최고위 충돌
안철수 몫 최고위원 추천 인사들엔 '공동 견제구'
지방선거가 끝나자 국민의힘에서 당내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친윤석열계가 이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고, 공동정부 파트너였던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도 협공의 스크럼을 짜는 형국이다.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배현진 최고위원은 회의 말미에 이 대표를 향해 "어째서 최고위원회와 상의 없이 언론에 혁신위가 공천 개혁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했느냐"라며 "혁신위가 공천 개혁을 다룬다는 건 사전에 얘기된 바 없지 않느냐"라고 따졌다.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출범을 결정할 때 거론되지 않았던 '공천 개혁'을 이 대표가 멋대로 꺼내들었다는 주장이다. 배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아 '친윤계'로 분류된다.
배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최고위원들이 혁신위원을 추천하기가 너무 곤란하다"며 "혁신위가 이 대표의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공천 개혁도 다뤄질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면서 회의는 마무리됐다.
배 최고위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에서 승인했던 것은 혁신위라는 조직을 구성하라는 데까지"라며 "혁신위가 발족도 안 된 상태에서 공천 개혁 등 어젠다가 미리 나오면 자기 정치를 위한 이 대표의 사조직이라는 오해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ㆍ민심 들어볼래)’부터 혁신위 구성까지 당내 주도권 다툼의 불씨가 번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들레' 모임을 재차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를 정례화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게 된 것"이라며 "홍보한답시고 너무 강하게 얘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회의에선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후보 인준이 보류됐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모두 '재검토하자'는 데 뜻을 모으면서다. 안 의원을 향해 이 대표와 친윤계가 공동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한 최고위원은 "안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에게 최고위에서 나온 우려를 전달하고 안 의원이 추천자로서 재고할 의사는 없는지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합당은 이미 두 달 전에 끝난 일"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을 만난 뒤 '이 대표의 재고 요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합당은 서로 필요한 조건들 하에서 그대로 사무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벌써 두 달 전에 (이야기가) 다 끝난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4월 합당 당시 조건으로 제시한 추천 인사들에 대해 재고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