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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빠진 한동훈 처조카... 관할 교육청 "스펙 의혹 조사 못해"

입력
2022.06.24 09:00
수정
2022.06.28 10:11
4면
0 0

<2> 쿠퍼티노에서 벌어진 '입시 비리'
쿠퍼티노 고교 졸업식 참석해보니
한동훈 장관 처조카는 졸업식 불참
최양 언니가 SNS 불만 표출하기도
"그 정도 했으면 다들 입 좀 다물라"
한인 사회 파장 "왜 저렇게까지" 의문

편집자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와 처조카들에게 제기된 ‘편법 스펙 쌓기’ 의혹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일보 조소진·이정원 기자는 ‘아이비 캐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 논란의 진원지인 미국 쿠퍼티노와 어바인을 찾아갔다. 국제학교가 모여 있는 제주도와 송도, 미국 대입 컨설팅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압구정동도 집중 취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3일(현지시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운동장 입구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3일(현지시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운동장 입구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고교 시절은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나 여정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몬타비스타 고교 관계자의 졸업식 연설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쪽 쿠퍼티노에 위치한 몬타비스타 고교에선 지난 3일(현지시간) 501명의 학생들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가족들은 화려하게 꾸민 손팻말을 들고 교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운동장을 둘러싼 관중석은 빼곡히 채워졌고, 곳곳에선 학생들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인도인 학부모는 기자에게 "힘들었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포기 없이 학업을 끝낸 아이들을 향한 자부심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은 보라색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을 보기 위해 운동장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이정원 기자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은 보라색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을 보기 위해 운동장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이정원 기자

합창단의 축하공연과 연설이 끝난 후 학교 관계자들은 졸업생 전원을 일일이 호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수여받았다. 학생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이날 졸업생 명단에 적힌 70% 이상의 학생들은 인도, 중국, 한국 출신이었다. 학교가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 잡은 탓에 인근 IT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계 엘리트 이민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보라색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가운데 한국인 학생 한 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둘째 처조카 최모(19)양이었다. 최양은 한 살 터울인 언니를 따라 올해 9월 아이비리그(미국 동북부에 있는 여덟 개의 유명 사립대)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논문 표절 의혹 등 고교 시절 언니와 함께 쌓은 스펙들로 인해 미주 한인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논란이 커지자 어머니 진모(49)씨와 한국으로 돌아간 최양은 이날 직접 연단에 올라 졸업장을 수여받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최양의 언니는 이달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모든 헛소리(언론 보도 추정) 때문에 내 동생이 졸업파티에도,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 정도 했으면 다들 입 좀 다물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누군 교수 밑에서 연구하고도 논문 포기했는데"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몬타비스타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3일(현지시간)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정원 기자

이날 만난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모두 진씨 모녀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인식하고 있었다. 진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열이 넘치는 열정적 엄마'를 넘어 '입시 컨설턴트'로 알려져 있었다. 8년째 쿠퍼티노에 거주 중인 학부모 A씨는 졸업식이 끝난 뒤 기자에게 "진씨가 6년 전쯤 이사 온 뒤부터 엄마들에게 대입과 관련한 압박을 주면서 '이걸 해야 한다' '저걸 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자극해 거리를 뒀다"며 "그사이 다른 엄마들과 함께 '스펙 공동체'를 꾸려 무리한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생 이모(19)군의 어머니 B씨는 이날 아들의 지난했던 대입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군은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올해 미국 퍼듀대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아들이) 비교과 활동을 하려고 교수 수십 명에게 연구 제안 메일을 보냈고, 답장을 보내준 분과 여름방학 내내 연구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데이터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결국 논문 작성은 포기했다. 대신 어떤 내용으로 연구했는지 솔직하게 적어 (대학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런 B씨에게 최양의 '논문 표절' 논란, 특히 '원저자의 데이터값을 베꼈다'는 이야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할 교육청 "논문 등 외부활동은 관리 대상 밖"

프리몬트 교육청의 학업 진실성 규정(Academic Honesty Policy)은 학생의 표절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프리몬트 교육청의 학업 진실성 규정(Academic Honesty Policy)은 학생의 표절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표절을 범죄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미국은 지역 교육청별로 엄격한 학업 진실성 규정(Academic Honesty Policy)을 두고 있다. 몬타비스타 고교를 관할하는 프리몬트 교육청 규정에 따르면, 학생이 표절한 경우 교육청과 학교는 학점 감점뿐 아니라 리더십 활동 금지와 전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한인 사회 학부모들은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해 "교육청 차원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진씨의 두 자녀가 쓴 논문들은 모두 관할 교육청의 통제 범위 바깥에 있었다. 프리몬트 교육청 측은 '학생이 외부 활동으로 작성한 논문 표절도 교육청 규정의 적용 대상인가'를 묻는 본보 서면 질문에 “학교 밖에서 혹은 졸업 후 진행한 비교과 활동은 (교내 과제 등이 아니기에) 교육청 관할이 아니다"고 답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학교에서 만난 몬타비스타 고교 관계자는 "오늘은 학생들을 축하하는 날이라 언론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욕망, 아이비 캐슬

<1> 미국에 상륙한 '한국식' 사교육

<2> 쿠퍼티노에서 벌어진 '입시 비리'

<3> 지금 압구정에선 무슨 일이

<4> '흙수저' 유학생들의 한탄과 분노

쿠퍼티노= 이정원 기자
쿠퍼티노=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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