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범 내려온다' 돌풍 후 다변화
판소리·창극 접목, 국립창극단의 공연 '절창'
올해 두 번째 무대엔 극단 간판 민은경·이소연
전통 적벽가·춘향가, 현대적 감각으로 엮어내
2년 전 국악그룹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돌풍은 국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른바 힙한 판소리의 진화는 이후 계속됐다. 매진 사례를 기록한 국립창극단의 공연 시리즈 '절창(絶唱)'도 그 대표 사례다. 젊은 남성 단원인 김준수(31)·유태평양(30)이 판소리와 창극 각각의 장점을 살려 '수궁가'를 맛깔나게 소화했던 지난해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이번에는 여성 간판 단원 민은경(40)·이소연(38)이 '절창' 무대에 오른다.
13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소리꾼 이소연은 이번 공연을 "정통 판소리로 이끄는 가교 역할을 할 무대"라고 했다.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배우가 각 인물을 연기하며 소리를 하는 창극과 달리 전통 판소리는 소리꾼이 이야기 해설자이자 극중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연기자다. 이소연과 민은경은 그 소리꾼으로서 '절창' 무대에 선다. 판소리 보전의 사명감을 가진 두 소리꾼이 관객을 완창 판소리의 세계로 초대하기 전 '입문용 공연'을 준비한 셈이다. 4~5시간이 소요되는 완창 판소리보다 간결하되 정통 판소리의 핵심(아니리·발림·추임새)을 빼놓지 않고, 현대식 무대 장치를 충분히 활용하는 '절창'의 큰 틀은 그대로다.
'절창Ⅱ'의 가장 큰 특징은 '적벽가'와 '춘향가'의 접목이다. '춘향가' 이수자인 민은경과 '적벽가' 이수자인 이소연의 만남이라 가능했다. "장대한 소리에 어떤 부분을 골라 조합해야 동시대성을 공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습보다 회의를 더 많이 했다"(남인우 연출)는 이들은 적벽가의 서사를 순차적으로 전개하고 그 흐름에 맞춰 '춘향가'의 장면을 섞는 방식을 선택했다. '적벽가' 중 조조의 군사들이 설움을 늘어놓는 '군사설움'에, 이별의 고통을 부연할 '춘향가'의 '이별가'를 더하는 식(1부)이다. 평화와 사랑이라는 시대를 관통하는 시각으로 각 바탕의 눈대목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또 소리꾼 재담을 보여주는 '재담소리' 등 완창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부분을 더해 전통 판소리의 매력을 살리려 애썼다. 남 연출은 "전쟁 속에 죽은 사람의 모습을 많이 다루는 등 우리 적벽가의 비극적·해학적 특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국악 공연계에서 '절창'은 주목받는 기획이다. 국가 지원 의존도가 높은 국악 공연이 자체 시장성을 확보해 나가는 데 자양분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1분기 전체 공연 티켓판매액 중 국악 공연의 비중은 1.5%(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발생했던 2020년 1분기보다는 1,027% 증가했다. "코로나19 요인 외에도 최근 방송 프로그램 등을 계기로 늘어난 국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도 반영됐다"는 게 공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두 소리꾼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대중음악과의 퓨전식 공연 등 최근 국악 공연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가 결국 전통에 대한 관심을 키우려는 노력이라는 데 동의했고 '절창'도 그런 도전 중 하나라고 했다. 민은경은 "뿌리가 단단해야 열매가 잘 자라듯 여러 시도 속에서도 좋은 소리꾼이어야 정확한 (우리) 소리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단한 노력을 다짐했다. 물론 지금도 두 소리꾼의 내공은 탄탄하다. 민은경은 올해 창극단의 대표 신작 '리어'에서 코딜리어와 광대 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극찬을 받았고, 이소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표 레퍼토리인 '춘향'에서 춘향을 맡아 열연했다. 서로의 장점을 묻자 이소연은 민은경의 "무대에 뿌리 내린 듯 단단한 소리", 민은경은 이소연의 "쫙 뻗어 나가는 고음으로 극장을 채우는 소리"를 부러워했다. 다른 소리를 가진 두 사람이지만 2013년 입단 동기로 보낸 세월 덕에 합은 찰떡이다. 연주단(고수·거문고·특수타악·피리·기타)에 포함된 기타(일렉·포크)로 현대적 느낌이 물씬 나는 음악도 둘의 소리를 받쳐 줄 예정이다. 공연은 25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