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성과 본적으로 바꾸자… 종중, 가입 거부
법원 "모계혈족이라 종중 가입 불가? 부당"
'성인 여성 종중 지위 인정' 대법 판례 결정적
자녀가 성과 본을 어머니 쪽으로 바꿨다면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宗中)에 가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과 본이 같으면 모계 여부에 상관없이 종중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이모씨가 용인 이씨 A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종중 구성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종중은 후손들이 선조 묘소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며 재산도 나눠 갖는 단체로, 가입과 탈퇴가 필요 없는 자연 발생적 집단을 뜻한다.
이씨는 2014년 6월 법원 허가를 받고 어머니를 따라 성을 김씨에서 이씨로 바꾸었다. 본적도 경북 안동에서 경기 용인으로 옮겼다.
이씨는 2015년 11월 A종중에 자신을 구성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듬해 1월 거절당했다. 성과 본이 같더라도 모계혈족 자녀는 종중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종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에선 이씨를 A종중의 일원으로 인정했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05년 성인 여성의 종중 구성원 지위를 인정한 판례가 핵심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당시 "여성은 종중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은 (종중)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성별만으로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동 선조와 성과 본이 같은 후손은 성인이 되면 성별에 상관없이 구성원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해당 판결을 토대로 "A씨는 적법절차를 거쳐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르게 됐으므로, 구성원으로서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 소속 종중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심도 "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란 이유만으로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이 존속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성과 본을 변경해 재산이 많은 종중에 가입하려는 시도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과 본을 바꾸는 건 법원 심사를 거쳐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제도가 예외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구성원의 범위를 판단하는 건 본말전도"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씨는 성과 본을 바꿨기 때문에 어머니 쪽 종중의 구성원이 됐다고 봐야 한다"며 "종중 정관에서도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지 않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를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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