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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 많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일잼포인트]

입력
2022.06.15 14: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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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로젝트 썸원’ 콘텐츠 오너 윤성원


편집자주

‘일잼 포인트’는 ‘일잼 원정대’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의 ‘일하는 자아’를 분석하고, 이들만의 ‘일잘 비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프로젝트 썸원'의 콘텐츠 오너 윤성원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310460001849

콘텐츠 구독 서비스 '프로젝트 썸원(Project Somewon)'을 운영하는 윤성원(37)씨. 김하겸 인턴기자

콘텐츠 구독 서비스 '프로젝트 썸원(Project Somewon)'을 운영하는 윤성원(37)씨. 김하겸 인턴기자

‘프로젝트 썸원’의 콘텐츠 오너 윤성원(37)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주기적으로 ‘창업노트’를 올려요. 미디어에 노출되는 창업가들의 인터뷰 대부분이 잘 편집된 ‘성공 서사’라면, 성원씨가 ‘실시간’으로 올리는 이 창업일기는 정말 단 1%도 낭만화되지 않은 ‘분투의 역사’입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 뉴스레터의 구독자 수 1만 명을 달성한 사연부터, 3개월 연속으로 적자가 나버린 이야기까지 창업가의 일상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에요.

그가 입증하고자 하는 미션은 명확합니다. 양질의 콘텐츠와 밀도 높은 멤버십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거죠. 창작자가 독자 쪽으로 ‘쏘는’ 모양새가 아니라, 두 쪽이 마치 공놀이를 하듯 ‘끊임없이 주고받는 형태’를 말이죠.


전례가 없으니, ‘해보면서 고치는 게’ 능사일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어느 한순간에 혁신적인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개선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개선의 축적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썸원의 창업노트 중에서)

2년 동안, 개선의 개선의 개선을 거치며 수천 번의 패치와 업데이트를 거듭한 그의 창업 노트를 털어봤습니다.

Note 1. ‘관점’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말라!

성원씨가 만드는 뉴스레터엔 그의 관점, 관심사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콘텐츠, 커뮤니티, 네트워크, 디지털 미디어 등의 이슈에 유난히 예민하게 뻗어 있는 레이더로 세상의 소식을 빨아들이죠. 하물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벽돌책을 다루더라도, ‘인간은 어떻게 네트워크를 발전시켰는가’에 초점을 맞춘 대목만 따로 뽑아 소개해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와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죠.

실제로 성원씨가 콘텐츠 큐레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내 눈에 좋게 보이는 콘텐츠가 무엇인가’라고 해요. 상대적으로 ‘독자들이 뭘 좋아할까’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창작자가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해야만 좋은 시사점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널리 알릴수록,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독자들이 모여 소위 ‘핏(fit)’이 맞는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로젝트 썸원' 사무실에서 만난 콘텐츠 오너 윤성원씨. 김하겸 인턴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로젝트 썸원' 사무실에서 만난 콘텐츠 오너 윤성원씨. 김하겸 인턴기자

“저는 콘텐츠를 만들 때, 제가 어떤 관점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 미리 독자에게 알려줘요. 제가 가진 시선과 관심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제가 전달하는 정보를 균형감각 있게 수용할 수 있거든요. 저만의 관점을 배제하려고 한다면, 아마 남들과 비슷한 이야기밖에 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사람이 곧 필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로 그 필터가 ‘남다름’을 만든다는 얘긴데요. 필터가 개입하면 같은 재료로도 개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거든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상황을 예로 들어볼까요. 모두가 똑같이 런던을 여행한다 해도, 미술가의 여행과 건축가의 여행, 뮤지션의 여행과 축구팬의 여행은 ‘천지차이’로 다를 수밖에 없어요. 미술가는 테이트 모던부터, 건축가는 런던 시청부터, 뮤지션은 이스트엔드의 라이브 클럽부터, 축구팬은 토트넘 스타디움부터 갈 테니까요. 분명 ‘같은 도시’를 여행하더라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른 루트’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성원씨는 콘텐츠를 만들 때 ‘크리에이터의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단 이슈나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정리하고, 어떤 포인트를 내세워 표현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고민한다고 해요. 하물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뉴스 링크를 하나 올릴 때도 절대 원제목을 그대로 공유하지 않죠. 자신의 관점에서 눈에 띈 핵심을 내세워 새롭게 제목을 붙여요.

외부 기고자 김지윤씨가 MZ세대를 인터뷰하는 콘텐츠. '썸원 프라임 멤버십' 구독자들에게만 공개되는 유료 콘텐츠다. 썸원 비블리오티카 캡처

외부 기고자 김지윤씨가 MZ세대를 인터뷰하는 콘텐츠. '썸원 프라임 멤버십' 구독자들에게만 공개되는 유료 콘텐츠다. 썸원 비블리오티카 캡처

“인터뷰나 아티클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창작자가 생각하는 기획 의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이 사람을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와 이유가 콘텐츠에도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필진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해요. 당신이 이 사람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꼭 써달라고요.”

한마디로,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되려면 창작자 자신의 주관, 경험, 동기가 잘 묻어나야 한다는 얘깁니다. 만드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야 보는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Note 2. 허수를 걸러 네트워크의 밀도를 높여라!

성원씨가 운영하는 유료 서비스 ‘썸원 프라임 멤버십’을 구독하는 방법은 꽤 복잡해요. 포털 사이트의 예약 시스템을 통해 월 구독료 ‘9,900원’을 결제해야만, 매달 1일에 열리는 아카이브 웹페이지에 입장할 수 있죠. 중도 입장은 안 돼요. 6월의 멤버십을 놓쳤다면 7월의 멤버십을 기다려야 해요. 게다가 ‘자동결제’ 역시 불가능합니다. 한 번 구독버튼을 눌러놓으면, 구독한 시점에서 한 달 단위로 매달 자동결제되는 OTT 서비스나 유료 플랫폼과는 굉장히 다른 방식인데요. 성원씨는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멤버십을 이용하는 이들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시켜 준다고 해요.

“자동결제를 하다 보면, 구독만 눌러놓고 돈은 계속 빠져나가는 데 이용은 하지 않는 유령 구독자가 쌓여요. 이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저는 모를 수밖에 없죠. 반면 구독자가 다달이 직접 ‘재결제’를 누른다면? 그 행위 자체가 ‘맘에 들었다’는 피드백이에요. 거기엔 남다른 수고로움이 필요하니까. 어떤 분들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멤버십을 유지하는 데에 남다른 자부심이나 보람을 느낀다고도 말씀하세요. 예약 페이지에 장문의 응원 문자를 써주시기도 하죠.”

구독자가 남겨준 메모들. 어떤 구독자는 "언젠가 자동결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수동결제가 좋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마다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구독자가 남겨준 메모들. 어떤 구독자는 "언젠가 자동결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수동결제가 좋다. 결제 버튼을 누를 때마다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올해 1월엔 뉴스레터에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른 구독자가 1,000명이었다고 해요. 성원씨는 ‘먼저 구독 해지를 해주면 오히려 좋다’고 합니다. 의미 없는 허수를 남겨 놓는 것보다는 ‘거르고 걸러서’ 진정성 있는 수를 남기는 것이 더 낫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왜냐. 바로 ‘네트워크의 밀도’ 때문입니다.

“그냥 사람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굴러가는 건 아니에요. 질 높은 네트워크가 보장되려면, 구성원들의 참여율이 중요하죠. 서로 간에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지속적으로 축적돼야 네트워크의 밀도가 올라가니까요.”

구독자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지 않은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한마디로 충분한 관심과 열의를 가진 ‘찐독자’들을 끌어모아야, 제대로 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

Note 3. 중요한 건 아이디어보다 신뢰야!

성원씨는 사업을 시작한 지난 2020년 9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오피스를 임대했어요. 스무 명이 족히 들어갈 법한 널찍한 공간이죠. 세미나실과 테라스까지 딸려 있어요. 팬데믹이 길어지며 이 공간을 제대로 사용할 기회가 없었지만, 원래 목적은 ‘독자와 창작자가 만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프로젝트 썸원’이라는 콘텐츠 세계관에 묶여 있는 이들에게 ‘환대’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거점이었던 거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썸원 프로젝트' 사무실. 직장이나 자택이 근처인 멤버십 회원들은 자주 이곳에 들러 '커피 타임'을 갖는다. 윤성원 제공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썸원 프로젝트' 사무실. 직장이나 자택이 근처인 멤버십 회원들은 자주 이곳에 들러 '커피 타임'을 갖는다. 윤성원 제공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된 최근 들어서야 성원씨는 이 공간의 ‘알찬 쓸모’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요. 멤버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떠들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명 ‘아무 말 모임’입니다.

“처음에 아무 말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이벤트’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누가 ‘아무 말 따위’를 하는 데 돈을 내겠느냐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각 잡는 모임’은 세상에 이미 너무 많은 거예요. 늘 그렇듯 ‘그냥 한 번 해보자’ 하고 진행해봤죠. 피자 시켜놓고 하는 아무 말, 뉴스레터 운영자들끼리 모여서 하는 아무 말… 해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너무 친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못 하는 말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낯선 사람 앞이라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거예요.”

'프로젝트 썸원' 사무실의 테라스에 모여 '아무 말' 담소를 나누고 있는 멤버십 독자들. 윤성원 제공

'프로젝트 썸원' 사무실의 테라스에 모여 '아무 말' 담소를 나누고 있는 멤버십 독자들. 윤성원 제공

잔뜩 힘줄 때보다, 느슨하게 풀어진 분위기에서 더 밀도 있는 대화가 오고가니까요.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이 동료들 간의 ‘커피 챗(Coffee Chat)’을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어떤 말이든 스스럼 없이 내뱉을 수 있는 안전한 환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분위기가 편안하니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각들도 툭툭 나왔죠.

성원씨는 몇 번의 ‘아무 말 경험’ 이후, 어쩌면 비즈니스의 핵심은 ‘아이디어보다 신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날, 그의 창업 노트엔 이렇게 적혔습니다.

“어쩌면 기획자에게 정말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아닌, '신뢰의 배열(Arrangement)'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 '프로젝트 썸원'의 콘텐츠 오너 윤성원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131046000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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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careeup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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