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자위권은 국권 수호 문제"라며 이를 위한 투쟁원칙으로 '강대강'과 '정면승부'를 제시했다. 중앙위는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의 원칙도 세웠다고 발표했는데, 6개월 전 직전 회의에서 '북남관계'라고 표현했던 대목을 '대적투쟁'으로 바꾼 거라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다는 위협과 다름없다.
비록 직접적 표현은 없지만, 북한은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노동당 중앙위를 통해 '자위권' '강대강 투쟁'을 언급하며 핵무장 강행과 대남 적대 정책을 천명했다. 리선권을 당 통일전선부장,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해 대남·대미 강성 라인도 구축했다. 리선권은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남한 기업 총수들에게 쏴붙인 '냉면 발언'으로, 최선희는 2018~2019년 1·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자인데도 미국에 독설을 쏟아낸 일로 잘 알려져 있다.
강경 일변도의 북한 행보는 한반도는 물론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색된 국제사회에 큰 우환이다. 당장 한미일 국방 수장은 1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회담에서 북한 도발 대응책으로 미사일 경보 및 탐지·추적 훈련을 논의했고, 한미 장관은 북한 핵실험 강행 시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즉각적 확장억제책을 협의했다. 심지어 중국도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 장관은 13일 워싱턴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참이다. 모두 북한이 자초한 사면초가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핵실험 관련 언급이나 한미를 겨냥한 비난을 삼간 점은 관심이 간다. 최선희·리선권 기용을 두고 어쨌든 이들이 남북미 대화기에 관련 외교를 총괄했던 인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핵 도발을 멈추고 외교적 해법부터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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