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 공사 현장]
국내 최초로 공항 건설에 '케이슨 공법' 도입
땅값 급등에 관광 인프라 부족, 난개발 우려도
"종합병원이 없어서 한 번 다녀오려면 최소 2박 3일이 걸려요. 가족 경조사도 참석 못 했죠. 날씨가 안 좋아 놀러온 손님이 8박 9일간 발이 묶인 적도 있어요. 공항이 생기면 이런 일은 없어지겠죠."
지난 9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에서 만난 사동3리 이장 곽인길(57)씨는 울릉공항 개항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항이 20년 섬살이의 여러 고통을 날려 버릴 것이란 바람이 얼굴에 가득했다. 곽씨가 바라보는 바다는 남달랐다.
삽차 세 대와 크레인 두 대가 해상에서 바쁘게 돌을 투입하고 있었다. 방파제 조각 같은 해상 구조물도 눈에 띄었다. 그간 항만공사에 쓰였던 '케이슨(방파제 역할을 하는 해상 구조물) 공법'이 우리나라 최초로 공항 건설에 도입된 것이다. 이날은 지난달 설치된 케이슨 한 대만 볼 수 있었지만 앞으로 30대가 공항 부지를 둘러싸도록 고정될 예정이다.
무려 1만6,000톤, 국내 최대 규모다. 인근 가두봉에서 얻은 흙과 돌로 매립해 2025년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완공할 계획이다. 뭍에서는 공항 이용자들을 수용할 터널, 도로 공사가 이달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물이 뭍이 되고 다시 하늘길을 여는 대역사다.
공항의 필요성은 울릉도를 향한 여정에서 절감했다. 9일 오전 5시 40분 서울에서 포항행 KTX열차를 탔다. 오전 9시쯤 포항역에서 내린 뒤 여객터미널까지 버스로 20분을 달렸다. 울릉도 도동항을 향하는 쾌속선을 타고 4시간가량 이동했다.
배에서 내려 도동항에 당도한 건 오후 1시. 배에선 곳곳에서 구역질 소리가 들렸고, 1층에는 승객 세 명이 멀미를 견디기 위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이동시간만 총 8시간에 달하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2026년부터 하늘길이 열리면 서울과 울릉도를 오가는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된다. 재작년 11월 시작한 공사는 지난달 기준 20.4%의 공정률을 보이며 2025년 준공을 향해 순항 중이다. 공항은 50인승 비행기를 수용하는 소형 공항으로 여객기 6대, 경비행기 4대, 헬기 2대가 계류할 수 있는 규모다.
울릉도 접근이 쉬워지면 그만큼 관광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7시간 걸리는 제주~울릉도 여정도 1시간으로 단축된다. 배멀미가 두려워 울릉도 여행을 주저할 이유도 없다. 국토부는 2035년 연간 94만 명, 2050년까지 연간 111만 명의 관광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민들의 교통 여건도 개선된다.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선박의 경우 운항 횟수가 일일 최대 16회지만, 항공은 76회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결항률은 22%에 달하는 선박과 달리 비행기의 경우 8.7%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다만 난개발이 우려된다. 관광객이 몰리면 이들이 내는 소음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시세가 급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재작년 울릉도·독도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14.49%를 기록해 전국 1위를 찍기도 했다. 한 주민은 "옛날엔 농사로 생업을 꾸리니 동네가 조용하고 평화로웠지만 (공항) 준공 후 관광객이 많아지면 정주 환경이 낙후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광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 구축도 해결 과제다. 이날 출항을 앞둔 도동항에서는 관광객들을 비롯해 관광버스가 10대 이상 몰리며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대중교통 활성화 등 해결을 위해 경북도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인프라 구축도 지방자치단체, 관련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