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고래, 국내 최초 몸 전체 영상 촬영 공개
흑범고래, 17년 만 수백 마리 무더기 포착
1999년 조사 이래 희귀고래 첫 동시 출현
"해양포유류 종 다양성 증가 여부 확인 중"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올봄 동해에서 실시한 고래 '목시조사'(지그재그 형태로 조사선을 운항하면서 배 위에서 망원경 등으로 관찰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개체 수를 추정하는 방법)에서 그동안 거의 보이지 않던 향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등 희귀고래를 대거 발견했다.
12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9일까지 24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모두 8종 39군 2,298마리의 고래를 관찰했다. 여기에는 향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등도 포함됐다. 고래연구센터가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이들 희귀고래가 동시에 출현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고래연구센터는 이날 국내 최초로 향고래 몸 전체를 생생히 담은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17일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향고래가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와 물줄기를 내뿜은 뒤 다시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소설 ‘모비딕’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향고래는 이빨고래류 중 가장 큰 종으로 최대 18m까지 자란다. 머리가 몸길이 3분의 1에 달하며, 최대 80분 동안 수심 2,200m 너머로 잠수하는 능력을 갖췄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향고래를 멸종취약종으로, 우리 정부는 2007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흑범고래는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수백여 마리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외형과 크기가 범고래와 비슷해 '범고래붙이'라고도 불리는 흑범고래는 몸길이 4∼6m로 몸체는 가늘고 길며 검은색을 띈다. 뒤로 휘어진 작은 등지느러미와 ‘ㄴ’자로 휘어져 있는 가슴지느러미가 특징이다. 전 세계 온대와 열대 외양에 분포하고 있지만 생태적 특성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이번 조사처럼 다양한 종의 희귀고래들을 동시에 그리고 다량으로 발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동해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의 종 다양성 증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래류 등에 대한 조사·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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