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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회초리, 검은색 칠…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논란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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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회초리, 검은색 칠… 청남대 전두환·노태우 동상 논란 잠재울까

입력
2022.06.12 10:30
수정
2022.06.12 1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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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죄과 담은 안내판 설치만으론 부족"
전국 5·18단체, 동상 철거 갖가지 대안 내놔
충북도는 "방안 나오면 그때가서 결정" 신중

청남대 안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과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 시민단체들은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이 동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다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왼쪽 뒤편에 멀리보이는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청남대 안의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과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 시민단체들은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이 동상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다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왼쪽 뒤편에 멀리보이는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청남대에 세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논란을 잠재울 해법을 찾아나섰다.

11일 충북지역 5·18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청남대 내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커지자 충북도는 지난해 7월 동상 옆에 두 사람의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군사반란에 이어 5·18민주화운동을 무력 탄압한 과정, 반란수괴·내란수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내용 등을 담았다.

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아픈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그 자체로 역사라는 인식으로, 동상 존치를 결정했다”며 “첨예한 찬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안내판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사업소 측은 “동상을 그대로 둔다고 해서 5·18민주화운동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5·18 관련 시민단체들은 “충북도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5·18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가시 철선으로 감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도 동상 존치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학살 반란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반성도 없이 떠나간 이에게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5·18 단체들은 동상 존치를 인정하더라도, 지금의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역사적 죄과를 담은 안내판이 형식적이라는 주장이다. 정지성 충북민주시민네트워크 대표는 “안내판이 동상과 4m나 떨어진 곳에 마치 장식품처럼 서 있어 적절치 못하다”며 “역사적 죄과를 알리려면 동상 바로 옆에 세우거나 동상 아래 바닥에 설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5·18 단체들은 지금처럼 동상을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표현 기법을 동원하거나 조형물을 추가 설치하는 방식 등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죄과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의 5·18 단체들이 '전두환·노태우 동상 대안 찾기 시민 워크숍'에서 제시된 갖가지 대안을 그림판에 담아 지난 4일 청주 도심 철당간 광장에 전시했다. 충북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제공

전국의 5·18 단체들이 '전두환·노태우 동상 대안 찾기 시민 워크숍'에서 제시된 갖가지 대안을 그림판에 담아 지난 4일 청주 도심 철당간 광장에 전시했다. 충북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제공

전국의 시민단체 대표 등 43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4일 청주 도심에서 열린 ‘전두환·노태우 동상 대안 찾기 시민 워크숍’에서는 다양한 동상 철거 대안이 쏟아졌다.

한 참가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검은색으로 칠하자는 안을 내놨다. 반란과 학살을 기반으로 탄생한 5공화국의 ‘흑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그는 설명했다.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옆에 회초리를 갖다 놓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국민 회초리’로 반란·독재 정권에 대한 단죄를 내려 후세에 경종을 울리자는 의미였다.

이 밖에 동상 바로 뒤에 군사반란 과정과 5·18 희생자 명단을 담은 역사기록화를 설치하자는 안, 무릎을 꿇은 조형물을 추가 설치하는 안, 별도의 안내판에 바코드나 큐알(QR)코드를 담아 5·18 진상 자료를 제공하는 안 등도 나왔다.

5·18 단체들은 워크숍에서 제시된 동상 철거 대안들을 정리한 뒤 조만간 충북도에 이행을 요구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철거냐 존치냐를 놓고 또다시 갈등하고 논쟁하자는 게 아니다. 굴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르게 가르치자는 것”이라고 ‘대안 찾기’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테마공원인 청남대가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정확히 알린다면 진정한 국민관광지이자 민주시민 교육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이 같은 5·18 단체의 움직임에 대해 마뜩하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오유길 도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사법적 과오를 적은 안내판을 설치한 것은 전문가 자문과 관계기관·단체의 합의를 거친 결론”이라며 “동상 철거는 사실상 일단락된 사안”이라고 논란을 차단하고 나섰다.

다만, 그는 “관련 시민단체가 어떤 방안을 제시해 온다면 그때 가서 신중하게 도민 의견을 청취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 가시 철선이 둘러져 있다. 5·18 단체들은 동상과 안내판에 가시 철선을 두르고 동상 철거 등을 주장한 뒤 철선을 자진 철거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 가시 철선이 둘러져 있다. 5·18 단체들은 동상과 안내판에 가시 철선을 두르고 동상 철거 등을 주장한 뒤 철선을 자진 철거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충북도는 2020년 5월 전·노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로 5·18 단체들과 약속했다. 그러나 보수 단체의 반발로 찬반 양론이 갈리자 여론의 눈치를 보며 철거 작업을 미뤘다. 충북도의회도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조례를 제정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실패했다. 이후 시민단체의 철거 요구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한 시민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했다가 구속되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는 대통령 테마 관광지 사업으로 2015년 청남대 안에 역대 대통령 동상을 건립했다. 2.5m 높이의 전 대통령 동상은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모두 10개가 설치됐다. 청남대는 5공화국 때인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건설돼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일반에 개방했고, 이때 관리권이 충북도로 이관됐다.

청주=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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