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와 기업인으로 건설산업 발전을 이끈 홍순길 전 서울시 부시장이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홍 전 부시장은 1930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나 강릉농공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0∼70년대 건설 공무원으로 일했다. 1971년 주월남(베트남)대사관 건설관을 지내며, 전쟁 중인 베트남에서 4년을 근무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고인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건설관으로 발령이 났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중동 건설 시장 개척을 위해 고위급 건설 공무원을 배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가 아랍만 인접 도시인 주바일의 항만 건설을 입찰에 부쳤는데, 사업비가 당시 한국 세수 총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초대형 사업이었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같은 대형 건설 공사를 수주하기는 재정과 기술 능력이 뒤처져 있던 상황이었지만, 홍 전 부시장은 현대건설이 사업을 따낼 수 있도록 총력 지원했다.
고인은 1980년대 공직을 떠난 뒤 건설업계로 자리를 옮겼다. 1981년 코오롱건설 사장, 1983년 한양 부사장, 1988∼95년 해외건설협회장을 지냈다.
1995년에는 민선 1기인 조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건설 담당 행정 부시장으로 발탁됐다. 당시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잇달아 붕괴한 직후로, 대형 사고에 대한 우려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던 시기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규원 씨와 자녀 지수·준식(아이리스아이디 부사장)·범식(LG 경영전략부문장 사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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