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인간 전파 가능성 높지만, 구체적 경로 몰라"
"우한 실험실서 안전·보안 조치 담당 직원 조사해야"
지난해 3월 WHO 보고서와 반대…비판 고조 전망
중국 "반중 세력이 꾸며낸 완전한 거짓말" 반박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과학자 자문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 조사를 권고했다. 중국 정부는 해당 보고 후 '반중 세력이 꾸며낸 거짓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WHO는 9일(현지시간)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이 최초로 제출한 예비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자문단은 미국, 중국, 독일,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과학자 27명으로 구성됐다.
SAGO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공개된 데이터만으로는 어떤 동물을 거쳐,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SAG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 사고에 따라 사람에게 유입됐을 가능성 조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SAGO는 초기 확산지인 중국 우한 인근의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이나 동물 실험 등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해당 실험실에서 안전·보안 조치를 담당한 직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문단 중 러시아, 브라질, 중국 출신 3명은 앞서 지난해 3월 발표된 WHO 보고서를 의심할 새로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실험실 유출 가능성 조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WHO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박쥐에서 기원해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AP통신은 "이 보고서는 팬데믹의 기원에 관한 과거 결론을 뒤집는 내용으로, WHO가 '실험실 유출설'을 부인한 중국 정부의 해명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이전 비판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일각에선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주장하며, WHO가 사실을 덮기 위해 중국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SAGO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 2월 중국 정부에 두 차례 서한을 보내 팬데믹 초기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국 측 조사 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가 답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WHO의 다른 자문그룹에 참여하는 전문가 제이미 메츨은 "중국 정부는 여전히 필수적인 원 데이터 공유를 거부하고 우한 실험실에 대한 완전한 조사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팬데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고, 미래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이 정보들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은 SAGO가 제기한 '실험실 유출설'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은 반중 세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꾸며낸 완전한 거짓말로 과학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코로나19에 관해 가장 많은 자료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바이러스 기원 추적에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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