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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같은 형사들 찾기 힘들어"… '수사는 경찰의 꽃'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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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같은 형사들 찾기 힘들어"… '수사는 경찰의 꽃' 옛말

입력
2022.06.13 04: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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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량 비해 승진 등 이점 없어 '탈출'
형사법 능력시험 응시 1년 새 '반토막'
수사경과 희망 해제는 3년 새 10배로
수사권 조정 탓 업무 더욱 증가 '비명'
"수당으론 해결 안돼… 인력 충원해야"

영화 '범죄도시2'가 '기생충'(2019년) 이후 한국영화로는 3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들어 첫 천만 영화다. 사진은 12일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예매하는 시민들. 배우한 기자

영화 '범죄도시2'가 '기생충'(2019년) 이후 한국영화로는 3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들어 첫 천만 영화다. 사진은 12일 서울 용산구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예매하는 시민들. 배우한 기자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의 활약상을 묘사한 영화 '범죄도시2'에선 범인을 잡기 위해 궂은 일을 해야 하는 수사 경찰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겼다. 잠복근무를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거나 범인과 거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현실 속 경찰들에겐 고된 업무일 뿐이다. 영화에선 강력반 막내가 '트라우마'로 정보과로 떠났다가 돌아오지만, 현실에선 이렇게 떠난 경찰이 수사 부서로 돌아오는 일은 드물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등 경찰 권한은 한층 강화됐지만, 경찰 내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살인이나 폭력, 절도 등을 다루는 형사과뿐 아니라 경제범죄와 사이버범죄 등을 다루는 수사과도 마찬가지다. 과거엔 '나쁜 놈' 잡는 것만으로도 보람과 자부심이 컸지만, 과중한 업무에 비해 승진과 평판 측면에서 이점이 없다 보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경찰들을 중심으로 수사 부서를 등지고 있다. 여기에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업무량이 폭증하면서 수사 부서는 '가서는 안 될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픽= 신동준 기자

그래픽= 신동준 기자

12일 한국일보가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형사법 능력평가 시험 접수 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8,248명이던 접수 인원은 올해 3,921명으로 급감했다. 수사 경찰이 되기 위해선 이 시험에 합격해 수사경과(警科)를 부여받아야 하는데, 지원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수사경과를 해제하는 인원은 대폭 늘었다. 경찰청은 통상 1년에 두 차례 공고를 통해 수사경과자의 근무 의욕이 현저히 떨어졌거나 해제를 희망하는 경우 직권 또는 희망해제를 하고 있다. 2020년엔 직권해제 385명에 희망해제 794명이었지만, 지난해는 직권해제 568명에 희망해제 3,096명을 기록해 수사를 등지는 인원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희망해제된 인원은 3년 만에 10배 넘게 급증했다.

일선 경찰들은 과도한 업무를 기피 이유로 들고 있다. 검찰이 맡던 수사까지 경찰로 넘어오면서 처리할 사건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수사 인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56.1일에서 지난해 64.2일로 늘었다. 경제팀이나 사이버팀의 업무가 특히 과중하다. 일선 경찰서에선 '경제팀 직원 모두 떠났다' '수사 부서 지원자가 없어 강제배정했다'는 얘기들이 들려올 정도다.시민들은 경찰의 주된 업무를 '수사'로 인식하지만, 수사 부서에 배치된 경찰(2만4,780명·2020년 기준)은 전체 경찰(12만6,227명)의 20%도 안 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늘어난 보완수사와 서류작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고참급 형사는 "예전엔 사건을 자체 종결할 경우 검찰에 송치하면 끝났지만, 지금은 따로 서류작업을 해야 한다"며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면서 경찰이 거의 모든 수사를 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도 늘었다. 수도권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직접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조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업무량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과 근무도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 경제팀의 한 직원은 "예전엔 수사 중인 사건이 팀원 1인당 20~30건 정도였는데, 지금은 50~60건에 달한다"며 "칼퇴근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수사 부서 직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량에 비해 승진에선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수사 경찰들에겐 불만이다. 수사 경찰들은 매년 한 차례 치러지는 승진 시험 준비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인사철마다 밀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인사에서도 수사 경찰에 대한 별다른 배려는 없다. 경찰청에서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경찰 간부는 "기획이나 정보 업무를 담당한 경찰은 지휘부와 가까운 곳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만, 수사 경찰은 주로 현장에 있다 보니 인사권자 눈에 띌 일도 적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사건 처리 수당 신설을 검토하는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일은 많고 혜택은 없다 보니 수사 분야가 붕괴 직전이라 사기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며 "수당 몇만 원 주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탁 인사나 승진 배점 조정을 통해 수사 베테랑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며 인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윤한슬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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