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튿날 역대 최대 규모 추경 편성
지난달 민생안정대책·다음 주 경제정책방향 발표
여러 대책에도 "물가 오를 것" 전망 우세
“물가를 최우선으로 챙기고, 민간 중심으로 경제 역동성을 되살려 저성장 고리를 끊겠다.”(지난달 11일 취임사)
‘민생 안정·민간 중심 성장’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광폭 행보를 두고 정부 안팎에선 경제 위기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한 달간 역대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민생안정대책 등을 쉴 새 없이 발표하며 두 마리 토끼 잡기(경제 성장+물가 안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비한 정책 효과와 부자감세 논란 등 녹록지 않은 경제 환경 속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취임 한 달 정책 쏟아낸 추경호
9일 기재부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달 10일 취임과 함께 ‘비상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민생 안정에 나섰다. 취임 이튿날엔 올해 두 번째 추경이자,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추경(정부안 기준 59조4,000억 원 규모)도 편성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소기업에 600만~1,000만 원의 손실보상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돈을 풀어 경기 진작에 나서는 한편, 비상이 걸린 물가 잡기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말에는 식용유·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0%) 적용 등을 담은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생계비·주거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즉시 실행 가능한 과제들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효과 미흡한데 경기침체 우려 커져
취임 한 달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긴급 민생안정 프로젝트만 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낮추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추경으로 수십조 원의 돈이 풀리면 그마저도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 안정을 위한다지만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 경우 물가를 밀어 올려 저소득층부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돈줄 죄기에 나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정책 효과가 상쇄될 거란 우려도 크다.
일반인이 예상하는 향후 1년 소비자물가상승률(기대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도 정부 정책 약발이 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이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과 이전 정부 탓을 할 수 있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현 정부에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5.4%)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는 치솟는 데 반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대 중후반까지 밀릴 가능성이 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돌파구로 내건 규제 완화·세제 인하…부자감세 논란에 발목 잡힐라
추 부총리는 규제 완화에 따른 민간 성장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날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며 “부총리가 팀장인 ‘경제 분야 규제혁신 TF’를 이달 중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에 발표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도 다양한 규제 완화책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상속세·보유세 인하 역시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유력하게 검토하는 부분이다. 법인세를 낮춰 세금 부담이 줄면 기업 투자 확대→일자리 증가→개인소득 증대로 이어질 거란 논리다. 하지만 감세 혜택을 보는 대상이 대기업과 자산가란 점에서 부자감세 논란이 확산될 경우 정책 추진 동력이 고꾸라질 공산도 크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인세 감면이 대규모 고용·투자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출범한 지 한 달이 된 만큼 이제는 임시 처방 말고 구체적인 대책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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