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화석...동선 분석해 역사 탐구
궤도 확정 후 국민공모로 이름 정할 듯

한국천문연구원 정안영민 박사 연구팀이 발견한 TNO 중 '2022 GV6'이 이동하는 모습. 2022 GV6은 공전 주기가 무려 1,500년을 넘는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국내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가장 바깥에 있는 천체 26개를 새로 발견했다. 이번에 찾아낸 천체들을 통해 태양계 최외곽의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어, 태양계 초기 역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19년부터 최근까지 해왕성(Neptune) 너머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천체 26개를 발견해 국제천문연맹(IAU) 산하 소행성센터(MPC)로부터 공인받았다고 9일 밝혔다. 최근 3년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보고한 해왕성 바깥 천체(TNO)가 총 86개인 점을 감안하면, 그중 약 3분의 1을 국내 연구팀이 찾아낸 셈이다.
TNO는 태양계 최외곽 행성인 해왕성 너머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수많은 소천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가장 잘 알려진 천체는 명왕성(Pluto)으로, 1930년 발견 이후 행성으로 분류됐지만 2005년 더 무거운 TNO 에리스(Eris)가 발견되면서 이듬해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TNO 개수는 4,000여 개에 달한다.
TNO는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TNO는 태양계의 과거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어 '태양계의 화석'이라 불린다. 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분포한 소행성과 달리 TNO는 행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곳에 위치해 있어, 태양계 형성 초기부터 변하지 않는 궤도로 공전 중이다. 궤도 분석만으로 태양계의 역사를 탐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인 셈이다.
정안영민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박사후연구원은 "TNO를 보면 해왕성이 어떤 속도로 태양계 바깥으로 가고 있는지, 태양계 외곽 모습은 어떨지 추측할 수 있다"며 "해왕성 너머 아직 발견되지 않은 제9의 행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위치와 질량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으로 찍은 TNO '2022 GV6' 관측 영상. 두 시간에 걸쳐 적-녹-청의 순서로 느리게 이동하는 희미한 모습이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연구팀이 발견한 TNO 중 가장 특이한 것은 '2022 GV6'이다. 이 TNO는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무려 1,538년이 걸려, 해왕성 공전주기의 9배에 달하는 천체다. 이런 극단적 궤도를 파악하게 되면 태양계 최외곽 지역의 소천체 분포를 통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천문연 측은 "2022 GV6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관측에 성공했고, 이때 얻은 궤도 추정치를 이용해 2019년, 2014년, 2007년 해외에서 찾은 천체의 위치와 맞춰보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15년에 걸친 관측자료를 활용해 비교적 정확한 궤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문연은 TNO의 궤도가 정교하게 확정된 이후, 국민공모를 통해 일부 TNO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TNO에는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동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다. 명왕성의 영문명 Pluto(그리스신화 하데스에 대응하는 로마신화 지하세계의 신) 역시 당시 영국에 살던 11세 아이가 제안한 이름이었다. 정안 연구원은 "정식 명명권을 받을 때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지만, 국민이 직접 고른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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