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남자배우상 수상 '브로커' 9일 개봉
송강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칸영화제에 다녀온 여독 때문이었을까. 그는 “한 3일 동안 아주 심한 몸살감기를 앓았다”고 했다. 하지만 8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송강호의 얼굴은 밝았다. 국내 남자배우 최초로 지난달 칸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한 기쁨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했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의 개봉(9일)을 앞두고 있다. 자신에게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다. 그는 세탁소 일을 하며 아기 불법 입양을 주선하는 인물 상현을 연기했다. 영화는 상현이 동업자 동수(강동원), 미혼모 소영(이지은) 등과 아기를 불법 입양시키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상현 일행은 예기치 않게 여행을 함께 하며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송강호의 ‘브로커’ 출연은 15년 전 인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2007년 부산영화제를 찾았다가 한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고레에다 감독을 처음 만났다. 송강호는 “감독님의 작품들을 늘 봐 왔고, 존경했던 분이라 반가움에 잠시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뚜렷하다”고 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고레에다 감독은 2015년 한번 만나자고 송강호에게 연락했다. “‘요람’(당시 ‘브로커’ 제목)이라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같이 하자”는 출연 제안이었다. 송강호의 대답은 긍정적이었으나 “언제 만들어질지 모를 영화”였던 터라 지난해 4월에서야 ‘브로커’ 촬영이 시작됐다. 그사이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상했고, 송강호는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오스카 4관왕 역사를 쓴 ‘기생충’(2019)에 출연해 이력의 절정을 각각 맛봤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영화제 기간 송강호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과 만나 “송강호가 매일 촬영을 마친 후 가편집 내용을 보고선 조언을 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송강호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한 칭찬”이라면서 “인격의 깊이와 인생 철학에 감동받았다”며 고레에다 감독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배우들과 스태프 말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며 즐겁고 행복하게 연기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송강호는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수상으로 배우로서 또 다른 정점에 올랐다. 영화 ‘넘버 3’(1997)의 배우가 넘버 1이 됐다는 우스개가 나도는 요즘이다. 송강호는 넘버 1이라는 수식을 “지나친 칭찬”이라고 했다. “(배우 생활을 하며) 단 한번도 넘버 1이 됐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거”라며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박찬욱 봉준호 고레에다 감독 등 세계적 거장들과 함께 일하게 된 비결에 대해 “너무 잘생기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생겨서 쉽게 찾아주는 듯하다”고 대답한 그는 “훌륭한 분들하고 평생 동지로서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배우로서 큰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