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법은 '무늬만 특별법'
"큰 틀만 있고 '특례규정' 등 빠져 미흡
재정특례 등 재원 확보할 근거는 없어
강원도 "담당부서 신설 후속 입법 추진"
'모범사례' 제주도 "헌법적 지위 보장해야"

지난달 30일 오전 춘천시 중앙로에 자리한 강원도청사에 강원특별자치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연합뉴스
강원도가 내년 6월 제주와 세종에 이어 세 번째로 특별자치단체 지위를 얻는다. 각종 특례 규정을 통해 휴전선 철책, 비무장지대(DMZ)를 품고 있는 지정학적 여건과 규제 탓에 지역발전이 더딘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강원특별자치도법)은 아직 뼈대만 있을 뿐, 특례조항 등 세부규정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무늬만 특별법'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정치권이 속도전을 통해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아직 제주에 비해 양적, 질적 부족”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강원특별자치도법은 모두 22개 조문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자치권과 특례적 지위 보장, 주민투표 기준 완화, 인구소멸 지역 지원 등을 명시한 정도에 불과하다.
2006년 출범 당시 363개 조문으로 시작해 지금은 481개가 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비해 물적,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가 되면 재정특례를 통해 현재 연간 7조5,000억 원 수준인 보통교부세가 9조5,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밝혔으나, 이처럼 제도적 보완이 미비해 아직은 막연한 바람에 불과하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엔 △보통교부세 △균형발전특별회계 △1조 원 규모의 특별자치도 발전기금 등 추가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곳간을 채울 수 있는 이 조항은 행정기관과 도민에게 가장 와 닿는 혜택이기도 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박사는 "강원도와 지역 정치권이 기존 제주와 세종시에 준 보통교부세 보정과 균형발전특별회계 강원도 계정, 특별자치도 발전기금 신설과 함께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재정특례가 이뤄지도록 후속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뿐만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법에선 특별행정기관인 지방환경청·국토청·산림청으로부터의 권한이양과 전략산업을 키우기 위한 특구지정 및 규제완화를 위한 규정 역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담당관을 신설, 특례규정 등을 담을 후속입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언제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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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제주특별자치도, 4,660건 권한 이양받아”
강원 입장에선 전국에서 가장 먼저 특별자치도로 승격된 제주가 훌륭한 '모범사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6년 전 제주특별법을 토대로 기존 4개 시군을 2개 행정시(市)로 단순화하고 자치경찰제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다.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는 교육부 인가 국제학교 6곳 중 4곳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자리해 해외유학 수요를 국내로 돌린 것도 제주특별법의 성과로 꼽힌다. 전국 최초 감사위원회 법적 독립성 강화와 지방자치 구성원인 제주도의원 정수 및 정책연구위원 특례 도입도 이어졌다. 앞서 여섯 차례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4,660건의 중앙정부 권한을 이양받았다.
특히 제주의 경우 2006년부터 보통교부세가 총액의 3%로 고정돼 매년 교부금이 유동적인 타 시도보다 혜택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는 올해 1조7,400억 원이 넘는 돈을 정부로부터 안정적으로 지원받는다.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시도 지방보통교부세가 기준액보다 25% 추가로 지급된다. 45%를 교육부로 넘겨줘야 하는 담배소비세 전출금 의무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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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적 지위 보장해야 특별자치도 안착"
다만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들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강원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5월 이뤄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년 도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40.3%가 특별자치도 배경과 의미를 모른다고 답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45.6%에 달했다.
국방과 외교, 사법 등 국가존립 사무를 제외한 모든 권한을 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적극적인 권한이양과 규제완화가 뒤따르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제주 전 지역 면세화와 법인세 인하에 대해 시기상조 또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제주에선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핵심 과제는 헌법적 지위 확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선 국가에 준하는 독립성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일각에선 제주와 강원이 손을 잡고 보다 많은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관영 당선인이 "새만금특별자치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전북과의 공조 또한 검토 가능한 시나리오다.
제주도 관계자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은 지방분권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다"며 "새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에 맞춰 특화된 발전전략을 마련,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국내 최초로 순찰용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를 도입해 관광 치안 활동을 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탐라 관광순찰대 PM 순찰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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