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대상자 6명 일일이 만나 "전례 없어"
"대통령 측근 내세워 경찰 직접 통제 우려"
이 장관 "잘 모르는 분들이라 한 번씩 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단행된 경찰 치안정감 인사와 관련해 승진 대상자들을 사전에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 경찰 내부에선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ㆍ대학 직속 후배인 이 장관이 ‘경찰 길들이기’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최근 승진ㆍ보직 인사가 마무리된 6명의 치안정감들을 직접 만났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청 차장에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서울경찰청장에 김광호 울산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에 우철문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경기남부청장에 박지영 전남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에 이영상 경북경찰청장, 경찰대학장에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을 내정했다.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외한 6명의 치안정감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이들 중 한 명이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으로 임명된다.
이 장관이 치안정감 대상자들을 만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이 장관 취임 이후 행안부 내부에선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구성돼 경찰 감독권 등을 논의하고 있고, 이르면 다음 달 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법조인 출신인 이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승진 대상 수뇌부들을 사전에 만난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언론에 “잘 모르는 분들이라 어떤 분들인지 한 번씩 보기 위함이었다”면서 “행안부 장관이 총경 이상 고위직 경찰관 제청자인데, 제청하려면 사람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 번씩 면접을 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이 장관의 행보에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선 윤석열 정부가 행안부를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면서 "1991년 경찰법을 만든 취지도 경찰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인데, 시대 흐름과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 면담이라고 하지만 어느 때보다 경찰권이 커진 상황에선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뽑으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면서 "행안부에서 경찰 통제 방안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내 손 안에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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