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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앞 '1인 꼼수 시위' 소음 규정 제한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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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사저 앞 '1인 꼼수 시위' 소음 규정 제한 안 받아

입력
2022.06.09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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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커진 집시법 3대 쟁점>
확성기 동원한 욕설 고성 난무 주민들 고통
용산 대통령 집무실 집회 거리 제한도 논란
수요집회 자리 선점해도 경찰 개입 어려워
집회시위 갈등 고조 집시법 개정 요구 커져
"헌법상 자유 존중하되 과도한 집회 제한돼야"

지난달 2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문 전 대통령 비판 단체 시위로 인한 이 지역 주민들의 피해 호소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문 전 대통령 비판 단체 시위로 인한 이 지역 주민들의 피해 호소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악성 집회가 계속되면서 그간 폭넓게 허용돼왔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과도한 집회·시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묘수'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소음 제한 규정 허점 파고드는 '꼼수' 집회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은 유튜버들의 '돈벌이' 장소로 전락했다. 시위를 빙자해 확성기를 동원한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면서 평온하던 마을이 난장판으로 변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주민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내걸고 당국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집회·시위 장소가 주거지 근처일 경우 낮 평균 65dB(데시벨)까지 소음이 허용된다. 일상적 대화 소음이 평균 60dB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격한 수준이지만, 소음이 일상이 돼버린 도시와 조용한 시골마을의 소음 기준은 달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현행법에선 시간대와 장소에 따라 소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장소 특성에 따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며 "평상시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집회시위 소음만 허용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 허점을 파고든 꼼수집회가 횡행하는 것도 소음 피해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2인 이상 집회·시위에 참여해야 집시법이 적용되는 탓에, 1인 시위의 경우 소음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경비과장은 "1인 시위라는 형식으로 10여 명이 거리를 두고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집시법으로 규제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허용했지만 법원 판단 남아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의 모습. 뉴스1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의 모습. 뉴스1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시위 허용 여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앞서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집회 신고에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1조 제3호를 들어 금지통고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100m 이내 집회·시위도 허용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을 존중해 당분간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 인도 위 300~500명 소규모 집회’부터 금지통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향후 예상되는 대규모 집회에 대해선 법원 결정이 나온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100m' 규정과 관련한 혼란을 줄이려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생긴 집시법의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제용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과거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공간이었지만 변형된 형태의 집무실이 생기며 관저와 구분되면서 양쪽 공간을 모두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훈 교수도 "국회와 대통령 관저, 법원 등의 공공기관은 업무수행을 방해받지 않도록 법률상 일정 거리 내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도 중요한 공적 업무기관인 만큼 기준을 마련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맞불 집회·자리 싸움…경찰도 뚜렷한 해법 없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5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 너머로 반대 집회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1,5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 너머로 반대 집회 문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특정 이슈에 대해 대립하는 두 단체가 같은 공간에서 '맞불 집회'를 이어가면, 장소 선점을 위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를 둘러싼 집회가 대표적 사례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자신이 먼저 신고했던 집회 장소를 무단 점거해 방해했다며 수요시위 주관단체 회원 20여 명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수요시위 단체들도 일부 보수단체가 위안부 피해자 폄훼 집회를 통해 시위 참가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맞고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도록 경찰에 긴급구제조치 마련을 권고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집회·시위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할 경우 집시법상 먼저 신고한 곳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집회를 못 하도록 악의적으로 신고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원칙에 입각해 집회·시위를 관리하되 갈등 중재의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맞불 집회라면 예기치 않은 폭력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일정 간격을 두고 이격시키며 대응해야 한다"며 "평화로운 집회·시위를 보장하기 위해선 경찰이 조정자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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