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소유권 이전 등기 안 하고 살다 명의신탁
소유권 분쟁... "명의신탁이라 무효" 기각
유족, 2심서 "20년 이상 토지 점유는 소유"
항소심은 인용했지만, 대법서 파기환송
"명의신탁자, 권리 없단 사실 알고 있어"
20년 넘게 토지를 경작하면서 이른바 '취득 시효'를 넘겼더라도 명의신탁자에게는 소유권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 대법원의 명의신탁 토지 점유권에 대한 첫 판결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A씨의 유족들이 B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등기 이전 안 하고 경작... "명의신탁이라 무효" 주장 기각
A씨는 1978년 전남 담양군에 있는 논 6,050㎡를 상속받았다. A씨는 소유권 등기 이전을 하지 않다가 1997년 2월 농어촌공사에 논을 팔았다.
그런데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B씨 명의를 빌려 논을 되찾아왔다. B씨가 대출을 받아 농어촌공사로부터 논을 사들였고, A씨가 대금을 갚아나가는 식이었다. A씨는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넘게 농사를 지었고, 이후 논의 소유권은 B씨에게서 한 영농조합을 거쳐 제3자에게 넘어갔다.
논의 소유권을 둔 갈등은 A씨 사후에 불거졌다. 유족들이 "토지 소유권이 A씨에게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997년 B씨가 농어촌공사에서 땅을 매입한 건 '3자 간 계약명의신탁'으로, 부동산실명법(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20년 이상 점유"..."명의신탁자는 인정 안 돼"
1심 재판부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농어촌공사가 '3자 간 계약명의신탁'인 줄 모르고 땅을 팔았기 때문에, B씨 소유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족들은 2심에서 주장을 바꿨다. A씨가 21년간 토지를 점유하고 경작했으니 소유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민법은 소유 의사를 갖고 20년 이상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명의신탁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등을 알면서도 법적으로 타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무단 점유했으니 '소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자신에게 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없다는 사정은 명의신탁자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A씨의 경우는) 악의의 무단점유에 해당해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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