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에 출연한 아이유가 인터뷰를 통해 작품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브로커'에서 미혼모 소영(아이유)은 자신의 아들과 브로커 일당 등을 향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말한다. 감독은 아이유의 목소리로 현장에서 이 대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소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이야기 할 때, 상대에 따라 말의 색채와 농도가 다르다. 이는 감독이 따로 주문한 것은 아니었다. 오롯이 아이유가 만들어낸 공기였다.
아이유는 그런 사람이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낼 수 있는 최고의 목소리를 낸다. 지난 7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질문을 비켜나 산으로 가는 답변 따윈 없었다. 핵심을 찌르는 솔직한 답변으로 의문의 부스러기를 남기지 않는다. 한 시간의 인터뷰로 상대를 어찌 다 알까 싶지만, 확실한 건 그가 참 영리한 배우라는 점이다.
결혼도 출산도 모두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유는 어떻게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었을까. 일단 '모성애'보다도 출산에 대한 숙제부터 풀어야 했다는 것이 아이유의 설명이다.
"엄마와 출산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아픈 일이고 정말 몸이 힘든 일이잖아요. 경험한 사람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의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출산이란게 어떤 영역일까 엄마한테도 물어보고 비교적 얼마 전에 출산한 언니에게도 물어봤죠."
언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도 궁금했다. "언니는 워낙 저랑 친하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한 언니예요. (웃음) '힘들지. 너무 아프지. 생각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아파. 회복도 더디고. 회복에 대해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놀랍기도 해. 사람들이 왜 이걸 안 알려주지. 이게 진짜 일이구나 싶었다' 하더라고요."
아이유는 "언니도 그렇게 늦지 않게 20대 때 출산을 했다"며 "그래도 회복이 더디고 아팠다더라. 육아를 하면서도 '네가 뭘 상상하든 TV에서 뭐가 그려지든 엄청 힘든 일'이라고 하더라"면서 자매의 '현실 대화'를 들려줬다.
짙은 화장에 숨긴 소영의 얼굴
'브로커'에서는 아이유의 외형적 변화도 눈에 띈다. 짙은 화장과 다소 초췌해 보이는 얼굴, 푸석푸석한 머리카락까지 소영 캐릭터에 깊게 스며든 모습이다.
"몸도 지쳐있는 게 당연하고 눈빛부터 머리카락, 모든 것들이 다 지쳐있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그래서 분장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감독님도 초반부 소영이 모습은 야위고 푸석하고 힘들어 보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촬영 초반에는 앨범 활동이 끝났을 직전이라 살이 빠져있을 때였어요. 첫 미팅보다 살이 빠져서 '찌울까요' 물었더니 (감독이) 지쳐있는 모습이 나오면 좋으니까 소영이의 마음이 편해지고 할 시점에 찌우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의 의견을 많이 따랐어요."
아이유는 소영의 화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화장보다 분장의 개념이라 생각해요. 일차원적으로는 도망자여서 과한 화장으로 본인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모습으로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맨얼굴을 드러내는 자체가 두려운 거죠. 영화 중반부부터는 눈 화장을 지우고 맨얼굴을 드러내는데 마음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신 거 같아요."
소영의 모습이 아이유 활동 초기 때와 비슷하다는 일부 팬들 반응에 대해선 "머리 기장이나 멀리서 볼 때 풀샷에서는 비슷한 인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활동 초기엔 잘 관리된 긴 머리였고 소영이는 리얼로 관리 안 한 상태의 내 머리다. 머릿결이 아주 많이 상한 상태였는데 빗지도 않고 촬영했다. 엉킨 머리에 컬러 피스를 붙이고 스모키 화장도 예뻐 보이려 한 화장이라기보다는 투박하게 자기 눈이 아닌 거 같이 추가된 설정이었다. 디테일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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