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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서 비구니 위치는 어디인가"...여성 승려 역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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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서 비구니 위치는 어디인가"...여성 승려 역할 조명

입력
2022.06.07 18:17
수정
2022.06.07 18:28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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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 선사 열반 10주기 맞아
비구니 승가 주제로 국제학술대회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의 혜선 스님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16∼17일 한마음선원 안양분원에서 '세계의 비구니 승가: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의 혜선 스님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16∼17일 한마음선원 안양분원에서 '세계의 비구니 승가: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25개 교구본사에서 비구니가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불교에서는 모두가 부처의 성품을 가졌는데 현 단계에서는 차별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도통하는 데는 남녀, 학식 등의 차별이 없지 않습니까.” (혜선 스님)

세계 비구니 승가의 미래를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17일부터 한국에서 열린다. 비구니로서 독자적 수행법을 만들어낸 대행 선사 열반 10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비구(남성 승려) 중심의 불교 서사에 가려진 비구니(여성 승려)의 전통과 종교적·사회적 역할을 조명하고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최하는 한마음선원 대행선연구원 연구실장인 혜선 스님은 7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행 선사는 무학이었음에도 중생을 깨우침으로 이끄는 사상을 구축하고 전파했다며 학술대회가 성별을 비롯해 지위나 학력, 계급을 뛰어넘는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행 선사의 가르침을 기리는 학술대회 주제가 ‘세계의 비구니 승가: 현재와 미래’로 결정된 것은 불교계에서도 여성 승려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계 역시 성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구니 승가의 전통은 불교 초기부터 존재했지만 동아시아 밖에서는 명맥이 거의 끊겼다. 태국과 스리랑카 불교에서는 중세에 이르러 비구니 승가가 사라졌고 티베트에는 처음부터 비구니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을 통해 불교를 접한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비구니 승가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비구니 전통이 그나마 온전하게 보존됐다는 한국 불교에서도 비구니의 입지는 좁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의 40% 정도가 비구니로 알려져 있지만 종단의 대소사는 비구들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비구니는 비구만 맡도록 돼 있는 종정이나 총무원장은커녕 총무원의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해 불교계 내부에서도 오랫동안 비판이 제기됐다. 의회격인 중앙종회 의원 81명 중 비구니는 10명에 불과하다. 비구니의 의견이나 현안이 중요하게 다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학술대회 기획에 참여한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 불교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비구니들은 여성이라서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면서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비구니 전통은 세계 어디보다 뛰어나고 기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해외 비구니들과 불교 연구자 10명이 참석한다. 미국 샌디에이고대 종교학과 교수인 카르마 렉셰 쏘모 스님을 비롯해 대만 법고산대 강사 창쉔 스님, 베트남 불교영어학과장 류팝 스님, 모니카 슈림프 독일 튀빙겐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 스님을 비롯해 3명이 참석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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