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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1초도 아까운 1년10개월

입력
2022.06.09 19:00
수정
2022.06.09 19: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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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까지 선거 없는 22개월
표 의식 않고 정책 집중할 황금시간
윤정부, 과거 아닌 미래설계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국회 추경예산 시정연설을 통해 노동, 교육, 연금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국회 추경예산 시정연설을 통해 노동, 교육, 연금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6·1 지방선거가 끝나길 손꼽아 기다렸던 건, 당분간이라도 선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작은 재보궐선거야 있겠지만, 22대 총선이 치러질 2024년 4월까지 전국 규모의 선거는 열리지 않는다.

선거 없는 1년 10개월이다. 대체 얼마 만인지. 2020년 4월 총선을 시작으로, 작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올 3월 대선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까지, 2년 사이 무려 네 번의 초대형 선거를 치렀다. 출마, 경선, 공천, 캠페인 등 과정을 감안하면 매일매일이 선거였던 셈이다.

선거가 국민 의사 표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이란 사실을 잊은 적은 없다. 선거를 통해 오만한 권력이 심판받고, 자격 없는 정치인이 응징받는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다. 밀어주되 독주는 허락하지 않고, 벌 주되 재기할 힘은 남겨주는 선거 결과를 접할 때마다, 민심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하지만 과정은 너무도 끔찍했다. 정치야 원래 다 그런 거라지만, 최근 우리나라 선거전은 자극적이다 못해 잔혹했다. 승자독식의 정치풍토에서, 팬덤을 넘어 훌리건화한 지지층 사이에서, 선거는 경쟁이 아니라 전쟁이 됐다. 이겨야 살고 지면 죽는 활극이 됐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모두가 포퓰리스트가 된다.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면 기꺼이 악마와도 손잡는다. 하지만 그 비용과 희생은 늘 국민의 몫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에 속는 것도 국민이고, 혐오와 차별에 상처받는 것도 결국 국민이다.

지방선거를 끝으로 지난 2년의 정치 난투극이 일단락되었으니, 국민들도 이젠 좀 쉴 때가 됐다. 국민의힘 지지자라면 지긋지긋했던 전국선거 연패에서 벗어나 마침내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모두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만큼, 남은 1년 10개월 동안 좀 여유를 가져도 되겠다. 오만과 독주의 쓰디쓴 결말을 혹독하게 겪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 그 지지층은 향후 1년 10개월간 큰 선거가 없다는 것, 그래서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정치몰입도 낮은 중도층이나 무당층은 이제 비로소 혐오스러운 정치를 안 보고 안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가장 감사해야 할 쪽은 정부다. 사실 정권 임기 5년 중에 표 걱정하지 않고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은데, 선거 없는 1년 10개월이 정권초에 주어졌다는 건 윤석열 정부엔 큰 복이다. 만약 대선 때 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았던 포퓰리즘적 공약이 있다면, 혹은 열성 지지자들 때문에 마지못해 끌려갔던 약속이 있다면, 이 선거휴지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을 운영하다가 꽤 쓸 만한 지난 정부의 정책이 발견된다면, 선거 없는 이 시기에 눈치 보지 말고 과감히 채택해야 한다. 이미 끝난 과거 정부와 자꾸 비교·경쟁하려 하지 말고, 오로지 미래를 위해 설계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안보와 경제, 다 최악이다. 북한은 계속 도발할 것이고 거기에 대응하다 보면 시간은 다 지나간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점점 농후해지는데, 물가 대응하고 경기대응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현안만 추종하다 연금개혁이고 노동·교육개혁이고 다 놓칠 수 있다. 그렇게 1년 10개월이 흐르면 총선이고, 그다음은 임기 중반부로 접어들어 국정동력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1분1초가 아까운 이유다.

문재인 정부도 지방선거 압승부터 총선까지 1년 10개월(2018.6~2020.4)의 시간이 있었다. 비정규직 제로, 탈원전 등 구호성 공약들을 현실에 맞게 바로잡을 절호의 찬스였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래를 고민했어야 했는데 과거 적폐에 더 매달렸고 그렇게 황금시간은 다 흘러갔다.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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