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식품 중소기업 213곳 실태 조사
식품 中企 10곳 중 8곳 "곡물가 급등에 경영 악화"
업체들 "사업 축소할지 가격 올릴지 고심 중"
"경쟁 뒤질까 가격 못 올리고 부담 떠안아"
"올해 연말에 중국·러시아산 대두 7,000톤이 입고되지 않으면 장류형 대두 부족현상이 발생할까 염려됩니다."(남윤기 장류연합 전무)
"지난해와 올해 주원료인 밀가루만 70% 올랐고, 계란값도 크게 뛰었습니다. 물류비와 인건비까지 올라 원가 부담이 어마어마한데, 경쟁에서 밀려날까 가격 인상은 꿈도 못 꿉니다."(조희구 제과제빵조합 전무)
천정부지로 뛰는 원자잿값 쓰나미는 식품제조 중소기업도 피하지 못했다. 7일 식품제조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문제는 우리나라 모든 식품업체들이 겪고 있을 것"이라며 "물류비와 최저임금 인상 등 가격인상 요인이 상당 부분 누적됐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제과제빵 업계 원가부담 지속…영세업체 '간신히 버틴다'
제과제빵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밀가루와 계란, 수입팥 등 원재료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2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고, 도넛 전문점 던킨도 지난 4월 도넛 주요 제품 등의 가격을 최대 18% 올렸다. 영세 제빵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제과제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과제빵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기업과의 계약이 끊길까, 혹시라도 눈 밖에 날까 싶어 겨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장류업계도 된장이나 청국장에 들어가는 콩과 고추장에 들어가는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고민이 깊다. 남윤기 장류연합 전무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장류업계에서 사용한 콩은 4만 톤가량인데 이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어오던 7,000톤이 못 들어올 위기"라며 "8월까지는 계약이 끝나야 올 연말에 입고될 수 있는데 러시아산 대두가 들어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연말에 장류형 대두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류 생산업체들은 "콩 공급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부가 무기한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2~23일까지 식품제조 중소기업 21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입농산물가 급등에 따른 식품제조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6%가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했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73.7%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암울한 전망에도 설문에 참여한 식품제조 중소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증가를 우려하면서도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식품제조 중소기업 74.2%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들 10곳 중 7곳은 원가 인상분보다 적게 인상하거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타사 대비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거나(58.6%) 납품처와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24.1%)해서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치솟는 원재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중소식품 제조업체의 고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식품원료 구매자금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상향하는 등 맞춤형 지원과 더불어 TRQ(수출 물량 중 저율관세 부과) 물량 확대와 비축물량 방출을 통한 원자재 수급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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