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기준순환일 설정 위한 전문가 자문 회의
2020년 5월 전후 경기 저점 거론
최근 지표는 '경기 정점 후 하강' 우려 커져
최근 우리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통계청이 코로나19 확산 시기 경기 '저점'이 언제였는지를 공식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학계에서는 직전 경기 저점을 2년 전인 2020년 2분기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경기 저점이 확인되면 현재가 경기 '정점'인지 추론할 수 있어, 경기 하강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지표가 경기 둔화 양상을 보여주는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아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바닥, 2020년 5월?
7일 학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이달 중 '기준순환일 설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수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준순환일은 경기 변동 과정에서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인 ‘경기 정점·저점’을 뜻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마지막 기준순환일은 2017년 9월(정점)로, 이후 언제까지 경기가 ‘수축기’에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2년 전쯤 경기 저점이 언제였는지 판단하려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의견 합의가 있으면 국가통계위원회를 열고 기준순환일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2020년 5월 전후에 ‘경기 저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가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7.0으로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기순환시계를 봐도 2020년 5월에는 10개 지표 중 광공업생산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등 7개가 ‘하강’ 국면에 있었다. 2020년 5월로 경기 저점이 확정되면, 2017년 9월 이후 32개월간 경기가 수축기에 있었던 것이 된다.
커지는 '경기 하강' 우려
경기 저점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고 나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 정점에 대한 논의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경기 저점에서 정점을 지나는 기간이 그동안 평균 33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4개월이 지난 현재를 정점으로 판단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더구나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과 4월 2개월 연속 하락한 데다, 향후 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6월(101.8)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돌입했다고 볼 여지가 커진 것이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경기 하강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대응해 미국은 물론 한국까지도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 여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조치 같은 악재가 겹치는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월과 3월에는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 이어 4월과 5월에는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표현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과거 경기 확장기가 17개월(2001년 7월~2002년 12월)에 그친 적도 있다. 다만 당장 정점 판단까지 내리는 것은 조심스럽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행지수를 볼 때) 경기가 전환점에 접어들었다고 해석할 여지가 커졌지만, 전후 경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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