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8~11일 국립극장서 공연
"드문 희극 발레" 코믹한 무용수 연기
경쾌한 음악과 동화 같은 의상 더해져
막이 오르자마자 눈길을 잡는 것은 닭으로 분장한 다섯 명의 무용수. 시골 농가의 닭들이 잠에서 깨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한 춤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유쾌하다.
발레가 아니라 아동극 같기도 한 이 장면은 국립발레단이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 무대에 올리는 신작 '고집쟁이 딸'의 시작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밝힌 "몇 없는 희극 발레"라는 말처럼 개막 전날(7일) 진행된 최종 리허설 무대는 코믹한 춤으로 웃음기가 가득했다. 무용수들의 연기에 경쾌한 음악과 알록달록한 의상, 아기자기한 무대 디자인 등이 더해져 한 편의 동화 같은 발레 공연이 완성됐다.
'고집쟁이 딸'은 안무가 장 도브레발이 1789년 초연한 작품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전막 발레다. 국립발레단은 1960년대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튼이 안무한 영국 로얄발레단 버전을 이번에 처음 국내에 선보인다. 이 작품은 딸(리즈)을 부유한 농장주 아들에게 시집보내려는 어머니(시몬)와 농부(콜라스)와 결혼하려는 딸 사이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렸다.
딸 리즈와 어머니 시몬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과장되긴 했지만 어느 시대나 있을 법한 모녀간 갈등을 묘사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1막에서는 시몬이 딸을 혼내며 엉덩이를 때리려는 장면이 익살스럽게 표현되고 2막에서 시몬의 탬버린 장단에 맞춰 리즈가 춤을 추는 장면 등에선 모녀간 사랑이 표현된다. 특히 엄마 시몬 역을 남자 무용수가 연기하는 것도 이 극의 색다른 재미다.
이번 공연에서는 '표정 장인'이라 불리며 유쾌한 연기로 매력을 보여준 무용수 배민순과 또 다른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코믹 연기로 호평을 받은 김명규가 시몬 역을 맡았다. 주인공 리즈 역으로 박슬기·박예은·조연재, 상대 역인 콜라스로 허서명· 박종석· 하지석이 무대에 선다.
리즈와 콜라스의 사랑에 끼어드는 부유한 농장주의 아들 알랭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빨간 우산을 들고 나타나 리즈에게 자신의 춤을 보여주는 첫 등장이나 콜라스가 리즈를 데려가는 줄도 모르고 구애하는 춤을 계속 추는 장면 등에서 관객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알랭 역에는 선호현, 엄진솔, 전호진이 캐스팅됐다.
주요 소품인 리본에 집중해 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법이다. '고집쟁이 딸'의 대표 안무로 꼽히는 1막 2장 '파니 엘슬러 파드되(2인무)'는 리즈와 콜라스가 리본을 활용한 안무로 사랑을 표현한다. 여기에 사용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선율의 익숙함 덕에 즐거움도 커진다. 1막 마지막 마을 축제 장면에서 나오는 군무에서 무용수들이 색색깔의 리본을 들고 추는 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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