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에 있어 특별한 존재, 296 GTB를 공개했다. 그리고 ‘새로운 페라리’의 실력 행사를 위해 미디어 관계자들을 트랙으로 초청, 직접 달려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실 296 GTB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60년대의 페라리를 대표했던 250 LM에 대한 헌사, 그리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및 새로운 기술을 집약한 296 GTB에 대한 페라리의 자신감이 돋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을 트랙 위에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마주한 296 GTB는 과연 어떤 매력과 가치를 제시할까?
테크니컬 서킷, 인제스피디움
296 GTB의 시험 무대는 ‘차량에 걸맞은 장소’로 선정됐다. 바로 강원도에 위치한 테크니컬 서킷, ‘인제스피디움(INJESPEEDIUM)’으로 낙점됐다.
인제스피디움은 3.908km의 거리를 가진 ‘중형’의 서킷이다. 그러나 단순히 ‘중형 서킷’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19개의 코너, 그리고 급격한 높낮이는 차량의 완성도, 그리고 드라이버의 ‘기량’을 요구한다.
날렵함으로 이목을 끌다
296 GTB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바로 ‘엔트리 페라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역대 페라리 중 가장 컴팩트한 4,565mm의 전장과 각각 1,958mm와 1,187mm의 전폭과 전고 등을 갖췄지만 이는 ‘체격’일 뿐이다. 실제 296 GTB는 완전히 다른 세그먼트를 담당하며 ‘펀 투 드라이브’에 집중한 모습이다.
컴팩트한 체격은 클래식 페라리 중 하나인 250 LM 등을 떠올리게 하는 2 도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제시한다. 마치 GT 레이스카처럼 날렵하게 다듬어진 프론트 엔드와 화려하게 다듬어진 헤드라이트의 이미지, 그리고 바디킷이 시선을 끈다.
측면에는 250 LM에 자리했던 독특한 덕트, 그리고 리어 펜더에서 살짝 솟았다가 다시 가라 앉는 디테일을 그대로 계승했다. 시트 뒤쪽으로 길이가 늘어난 모습이지만 균형감이나 매끄러운 감각이 훼손되지 않아 더욱 만족스럽다.
이러한 실루엣은 별도의 외장 파츠 없이도 250km/h의 속도에서 360kg에 이르는 다운포스를 자랑한다. 참고로 드라이빙에 집중한 ‘아세토 피오라노 패키지’는 100kg을 더해 460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할 수 있다.
후면에서는 투명한 엔진 커버, 그리고 곡선이 가미된 차체 실루엣이 돋보인다. 깔끔하고 미래적인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그리고 중앙에 자리한 머플러 팁이 독특한 감성을 제시한다.
드라이빙에 집중한 실내 공간
페라리는 언제나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순간에 모든 신경을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마련한다.
296 GTB 역시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모든 컨트롤 버튼 및 다이얼 등을 스티어링 휠, 그리고 운전자의 시선 주변에 배치했다. 이와 함께 선명한 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페라리 특유의 날렵하면서도 깔끔한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등의 구성을 구현했다.
전체적으로는 디지털 요소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로마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F8 트리뷰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말 그대로 2022년의 ‘스포츠 드라이빙’ 사양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시트와 각종 버튼, 다이얼 등의 구성도 만족스럽다.
830마력을 자랑하는 296 GTB
296 GTB의 시트 뒤에 자리한 V6 엔진은 일반적인 엔진보다 더욱 큰 120도의 뱅크 각을 가지며 더욱 낮은 포지션을 갖췄다. 더불어 터보 차저를 뱅크 각 사이에 두며 ‘패키지의 최적화’를 이뤄냈다.
2,992cc 크기의 엔진은 트윈터보 시스템을 통해 최고 출력 663마력(PS)을 자랑하며 75.4kg.m의 토크를 낸다. 여기에 167마력을 낼 수 있는 컴팩트한 전기 모터가 167마력을 더해 합산 출력 830마력을 구현한다. 여기에 8단 F1 DCT, 후륜구동의 레이아웃을 조합한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2.9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며 200km/h까지도 7.3초를 요구한다. 최고 속도는 330km/h에 이른다. 이는 F8 트리뷰토보다 ‘빠른 가속 성능’이면서도 소폭 낮은 최고 속도(10km/h 차이)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드라이빙
296 GTB를 한껏 둘러본 후 시트에 몸을 맡겼다. 디지털 요소,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히 다듬어진 공간은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이전의 ‘로마’의 사용 경험을 통해 보다 익숙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 스포크의 ‘패널’을 2초 가량 터치해 시동을 걸 수 있는데 지금까지의 페라리에서 느낄 수 없던 카랑카랑한 사운드가 V6 엔진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새로운 감각을 품고 코스로 진입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바로 ‘포지션’ 그리고 레이아웃의 차이에 있었다. 실제 296 GTB는 스티어링 휠과 전륜의 거리가 짧고, 반대로 후륜과의 거리가 먼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구성은 주행에서 고스란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이내 ‘민첩하게 달릴 수 있다’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V6 엔진과 전기 모터가 내는 출력은 말 그대로 ‘탁월’하다. 인스트럭터의 동승, 그리고 일부 제한된 상황이었던 만큼 차량이 가진 모든 출력을 그대로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맛보기’ 만으로도 강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V6 엔진의 출력 전개되기 전 기민하게 출력을 전하는 전기 모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보다 민첩하게 ‘출력 활용’이 가능했고, 코너 탈출 후에도 한층 빠르게 속도를 더할 수 있었다. 피오라노 서킷에서의 ‘F8 트리뷰토’의 기록을 앞지른 이유가 있었다.
더불어 사운드의 매력도 출중했다. V8, V12 엔진과는 확실히 다른 음색이지만 날카롭고 예리한 사운드는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면서도 ‘감성’을 잊지 않은 엔지니어의 노력을 확인한 셈이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합을 이루는 F1 8단 DCT는 이전의 7단 변속기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빠르고, 명료하다. 완벽한 변속 타이밍과 변속 속도, 그리고 질감의 매력을 잘 드러냈다. 그러나 ‘달라진 점’도 선명하다.
낭창한 탄성을 자랑하던 패들시프트 조작 감각과 변속의 체결감 부분에서 이전보다 한층 정제되고 깔끔히 다듬어진 느낌이다. 덕분에 높은 RPM을 유지하더라도 ‘변속으로 인한 펀치감’이 한층 줄어드는 발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주행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296 GTB의 움직임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페라리들이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였던 건 사실이지만, 인제스피디움은 사실 꽤나 수준 높은 트랙이며, 운전자와 차량에게도 ‘한계’를 곧잘 요구하는 트랙인데 296 GTB는 너무나 쉽고, 빠르게 달린 모습이었다.
실제 296 GTB는 여느 페라리보다 더욱 강인하고, 일체감을 강조하면서도 짧은 휠베이스를 가졌고, 반면 더욱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어 자칫하면 ‘날뛸 수 있는 우려’가 큰 차량이다. 하지만 296 GTB는 ‘한계’를 쉽게 보이지 않았다.
조향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하는 차체, 일체감이 돋보이는 움직임은 물론이고 깊은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한계가 단순히 ‘하드웨어’의 구성에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낄 수 없을 속도로 개입되는 ‘제어’까지 영향을 주었다.
급한 코너를 파고 들 때 피칭과 롤을 능숙히 억제하며 GT 레이스카를 뺨치는 움직임을 제시하며, 이후의 움직임도 무척 매끄럽다. 특히 회두성 부분은 비슷한 성능, 체급의 차량 중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빠른 페이스의 주행에는 ‘운전자의 추가적인 보정’ 외에도 296 GTB 스스로의 조율이 더해져 눈길을 끈다.
페이스를 끌어 올려 자칫 라인이 흐트러지거나, 트랙을 벗어날 우려가 있다면 곧바로 정교한 제어를 통해 매끄럽게 ‘최적의 라인’을 구현한다. 6축의 역학제어의 존재와 개입을 느낄 때라면 이미 296 GTB는 밸런스를 되찾은 상태일 정도로 기민한 조율이 돋보였다.
덕분에 운전자는 296 GTB를 믿고 더욱 빠른 페이스, 더욱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해낼 수 있었다. 296 GTB가 괜히 피오라노 서킷에서 F8 트리뷰토를 앞지른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은 이렇게 기민하게, 민첩하게 달렸음에도 주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회생 제동의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음에도 우수한 전력 충전 속도 역시 ‘기술의 발전’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296 GTB는 자신만의, 페라리의 새로운 주행을 제시한 것이다.
좋은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존재감, 보다 민첩하고 빠르고 편한 드라이빙
아쉬운점: 옵션에 따라 상승하는 가격
완전히 새로운 페라리의 시작, 페라리 296 GTB
페라리가 선보인 새로운 존재, 296 GTB는 ‘특별한 차량’이다.
지금까지의 페라리가 제시했던 드라이빙의 공식, 감각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페라리’, 그리고 브랜드의 미래를 비추는 것 같았다. 그리고 페라리가 말하는 ‘펀 투 드라이브’의 가치가 무엇이며, 자동차와 운전자가 함께 하는 즐거움을 보다 선명히 드러내는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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