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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헛발질

입력
2022.06.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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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달 10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경제 현안을 증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워싱턴 AP=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경제 현안을 증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워싱턴 A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인플레이션 전망과 관련해 마침내 고개를 숙였다. 옐런은 지난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점차 수위를 높일 때 “인플레는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돈 풀기 정책을 밀어붙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한술 더 떠 “추가적 물가 충격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 옐런뿐이 아니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등 세계 경제계의 대가들도 지난해 초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쏟아지던 시장의 인플레 우려에 함께 맞선 이들은 이른바 ‘팀 트랜지토리(Team Transitoryㆍ일시적 인플레 주장 세력)’로 불렸는데, 결과적으로 헛물을 켰다. 파월은 지난해 말에, 크루그먼은 올해 초 차례로 판단 착오를 고백했다. 이번 옐런의 시인으로 모두 고개를 떨구게 된 셈이다.

▦ 이들의 주장은 코로나19 사태 와중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 경제 정책의 근거로 쓰였다. 인플레는 크게 문제가 안 될 테니, 좀 더 과감하게 돈을 풀어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는 유동성 확대 정책이었다. 하지만 전쟁과 가뭄까지 겹친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서둘러 거두지 못한 유동성이 인플레를 더 악화시키고 장기화시키는 거름처럼 작용하고 있다. “내가 틀렸다”는 대가들의 말 몇 마디로 주워 담기엔 세계 인구가 하루하루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

▦ 옐런이 덧붙인 경고처럼 요즘은 경제가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들 거라는 비관론이 반대로 대세다. ‘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난주 “경제에 허리케인이 몰려올 수 있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번 인플레가 진정되면 한국에는 다시 저성장ㆍ저물가 환경이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돌변한 대가들의 경고는 믿어도 되는 걸까.

김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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