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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에 가려진 콩고공화국

입력
2022.06.1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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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콩고공화국 '화해의 날'

망치와 곡괭이가 그려진 인민공화국 시절의 콩고 국기(위)와 현재의 콩고공화국 국기.

망치와 곡괭이가 그려진 인민공화국 시절의 콩고 국기(위)와 현재의 콩고공화국 국기.

국명(스와질랜드)이 스위스와 혼동되는 게 마뜩잖아 2018년 국명을 바꾼 ‘에스와티니’, 영어 단어 ’turkey(칠면조, 겁쟁이)’와 겹쳐 새 국호를 선택한 ‘튀르키예(Trkiye)’. K팝 등 한류문화의 약진과 경제성장 덕에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한국도 ‘Korea’를 북한과 공유한 탓에 ‘공화국 (ROK)’과 ‘인민민주공화국(DPRK)’의 차이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콩고공화국(RC)도 그런 나라다.

콩고강을 경계로 둔 아프리카 중서부 두 나라 중 DRC는 벨기에로부터, RC는 프랑스로부터 1960년 나란히 독립했다. 전자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 면적보다 10배 이상 넓고, 후자는 1.5배쯤 된다. 인구도 전자는 8,000만 명에 육박하고 후자는 500만 명 남짓이다. 그런 격차 탓에 흔히 ‘콩고’는 DRC를 지칭할 때가 잦다.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전쟁(내전)으로 꼽히는 ‘콩고 내전’도 엄밀히 말하면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이다. 두 나라의 수도를 병기해 전자를 킨샤샤-콩고, 후자는 브라자빌-콩고로 부르기도 한다.

콩고공화국은 독립 직후인 1963년 좌파 쿠데타로 사회주의 정권이 서면서 콩고인민공화국이 됐고, 1990년 소비에트가 해체될 때까지 정권만 엎치락뒤치락했다. 구소련 지원이 끊기면서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이 심화하고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당시 대통령이던 드니 사수응게소(Deni Sasu Ngeso, 1943~)는 국가시스템 전환 여부를 묻는 개헌 국민투표를 단행했다.

1991년 6월 10일 투표에서 국민은 다당제 내각책임제를 선택했고, 2년 뒤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 콩고인민공화국은 콩고공화국이 됐고, 망치와 곡괭이 국기도 지금의 삼색기로 바뀌었다. 콩고공화국 정부는 평화적 민주화의 기점인 국민투표일을 대립과 폭력의 청산을 기원하는 국가공휴일 ‘화해의 날’로 제정했다. 하지만 드니 사수응게소는 1997년 쿠데타로 다시 정권을 장악, 2015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을 꾀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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