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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확신보단 변화를 택하는 대통령

입력
2022.06.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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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을 접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을 접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서재훈 기자

“청와대와 비교하면 대통령실은 뭐가 달라졌어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지인들, 정치권 밖의 취재원, 심지어 대통령실 근무자들도 가장 궁금한 건 대통령의, 대통령실의 변화 여부인가 보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청와대는 대체로 아무나 접근할 수 없어 고요하고 적막했다(그래봐야 가본 곳은 대통령 집무 공간과 떨어져 있는 춘추관이 전부였지만). 간혹 “과거 청와대가 근무할 때 좋았다”고 말하는 유경험자들이 있는데, 장소가 주는 특별함에 대한 추억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긍정적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순전히 언론의 시각이지만, 출근하는 대통령을 수시로 기다렸다 질문을 건네는 상상이 실현됐다. 그 자체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변화다. 이따금 한두 개의 질문에 대한 짧은 답변이지만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졌다.

참모들도 윤 대통령을 변화의 기수처럼 말한다. “과거 보수 정권 때 청와대 분위기와 비교해봐도 참모들이 참 일하기 수월한 분위기가 됐다”, “비서관들에게도 서슴없이 언제든 대면 보고를 해도 좋다고 말해주는 진취적인 리더십을 갖췄다” 등 주변이 전하는 변화상은 끝이 없다. 어떤 참모가 취임 한 달이 안 된 대통령을 욕하겠느냐만, 이쯤 되면 취임 직전보다 상승하고 있는 지지율의 배경 중 하나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변화’의 상징이 된 대통령.

변화는 윤 대통령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대통령 윤석열은 검찰총장 윤석열, 보수야당 대선 후보 윤석열과 다르다. 권력에 대항한 뚝심 있던 검사, 실언 논란에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초보 정치인의 시절은 지났다.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은 ‘내가 옳다, 내가 바르다는 자기확신’보다 상식과 포용, 이해와 경청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대통령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최근 여성을 장관급 자리에 연이어 기용한 것을 두고 긍정적 변화라고 추켜세우는 여론이 단적인 예다.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대선 후보 시절인 2월 4일 본보 인터뷰)라고 했던 게 윤 대통령이다. 미국 기자의 ‘남초 내각’ 질문 하나가 단초였겠지만, 이후 계속된 주변의 지적에 “아차”를 외쳤다고 한다. '능력 위주로 뽑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에 한 대통령실 여성 참모가 "남성 위주 조직에서 여성이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직언했다고 하는데, 어찌됐건 여론과 참모의 직언에 변화를 보였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그래서 또다시 변화의 타이밍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과 내각 장차관에 포진된 검찰 출신 인사만 12명이다. 금융계 고위공직자 후보군 이름에도 검찰 출신 인사 일색이다. 이들 중엔 윤 대통령과 검찰 당시 친분이 있던 인사가 적지 않다. 능력을 고려했다고 하기엔 양과 질적으로 지나친 데다, 수사와 행정 능력이 등가 관계인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윤 대통령이 가장 싫어한다는 '검찰공화국' 소리가 또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건 국민도 마찬가지일 게다. 자기확신이 아닌 변화를 택한 대통령. 5년 뒤 윤 대통령 앞에 이런 수식이 붙으면 좋겠다. 참모들도 다시 직언을 할 때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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