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재안, 조합 '수용' 시공단 '거부'
타워크레인 철수는 일단 보류
서울시 "중재안은 확정 아닌 초안"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51일째인 5일 오후 현장은 적막했다. 원래라면 노동자 4,000여 명이 한창 일할 시간이었지만 각자의 주장을 알리는 현수막들만 15m 간격으로 현장을 지켰다.
견본주택은 불이 꺼졌고 주차장 입구는 문이 굳게 닫혔다. 주차장에는 '4월 15(일)부로 주차장이 폐쇄되니 14일 16시까지 차량을 이동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언제 시작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였다. 지난달 말 중재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에 찾은 현장은 달라진 게 없었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오후 6시쯤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중재안을 발송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조합은 '전반적으로 수용'인 반면 시공사업단은 '(중재안)거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쟁점①: 공사비 증액 갈등
가장 큰 쟁점은 공사 중단의 빌미가 된 공사비 증액 문제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공급 규모를 1만1,106가구에서 1만2,032가구로 늘리면서 공사비를 5,586만 원 증액한 3조2,294억 원으로 2020년 6월 변경 계약했다. 조합은 해당 계약이 이전 집행부의 잘못이라며 3월 증액 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걸었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이 계약을 부정한다면 공사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4월 15일 공사를 중단했다.
서울시는 '공사비 3조2,000억 원이 적절한지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하고 계약을 변경하자'고 양측에 제안했다. 조합은 받아들였지만 시공사업단은 "소송 취하가 먼저"라고 맞받았다. 서울시 중재안엔 '시공사업단은 30일 내로 공사 재개, 조합은 소송 취하' 등 세부 절차가 들어 있지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②: 마감재 고급화는 어떻게
중재안은 조합이 요구한 마감재 고급화에 따른 비용은 조합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조합은 분양 지연과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 비용까지 포함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이미 계약된 업체를 변경하면 하도급법 위반으로 시공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대화의 물꼬를 튼 건 그나마 다행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27일 공사중단 이후 처음으로 대면 회의를 열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7일 계획했던 타워크레인 철수를 서울시 요청으로 일단 보류한 상태다. 조합은 중재안을 전반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재안은 확정적 내용이 아니고 양측 의견을 들어 마련한 초안 정도"라며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더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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