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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00일...'연극'으로 러시아 침략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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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00일...'연극'으로 러시아 침략 재조명한다

입력
2022.06.05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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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코프 '개의 심장' 각색...대전상상아트홀
전반 구성한 김상열 교수 "강압적으로 역사 못 바꿔"
각색·연출 김미정 작가 "러시아 문제 현재진행형"

7일부터 12일까지 대전 상상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의 심장' 포스터. 대전대 제공

7일부터 12일까지 대전 상상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연극 '개의 심장' 포스터. 대전대 제공

"이 작품은 1920년대 러시아의 독재체제 문제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전지역 대학 교수와 극작가로 등단한 그의 제자가 1920년대 러시아의 독재체제를 비판한 소설을 각색해 연극 무대에 올린다. 지난 2월부터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100일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 스탈린에 투영했다.

대전대 공연예술융합학과 김상열 교수는 7일부터 12일까지 대전 상상아트홀에서 대전시 및 대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개의 심장'을 각색한 연극 무대를 마련했다.

불가코프는 스탈린 독재 체제하에서 문학활동이 금지된 러시아의 대표적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소설과 희곡을 통해 스탈린이 주도한 사회주의 혁명을 비판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작품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개의 심장'은 인간의 뇌하수체를 개에게 이식시켜 개를 인간으로 만든 뒤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형으로 개조시킨다는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SF) 소설로 불가코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가 죽은 뒤 20년 후에 대부분의 작품은 해금됐지만, '개의 심장'은 40여 년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볼 만큼 부침을 겪었다. 불가코프는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주의 체제에 동조하는 국민으로 인위적인 인간 개조를 시도한 스탈린 독재체제를 통렬히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불가코프의 얘기를 다룬 스페인 작가 마요르의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를 공연했다.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개의 심장'을 각색한 연극을 준비하던 중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이에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김 교수는 5일 "연극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 속 등장 인물과 에피소드들을 과감히 생략했고,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는 그 어떤 역사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극을 구성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독제 체제 문제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전반적인 지휘하에 각색과 연출은 그의 제자이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블랙홀'로 등단한 김미정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1920년대 불가코프가 지적했던 러시아 사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허구적 명분과 강압적 폭력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어떤 노력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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