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국보법 위반 혐의로 4년여간 옥살이
법무부, A씨에게 보안관찰 처분 내리고도
법정서 '재범 위험성' 관련 증거 제출 안 해
"재범 위험 입증 안 돼... 보안관찰 취소해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마친 뒤 부과한 정부의 보안관찰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범 위험성이 증명되지 않아 보안관찰 대상자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함상훈)는 지난달 26일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안관찰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대북보고문을 수 차례 작성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 축하문까지 제작했다. A씨는 2015년 8월 베트남에서 북한 225국 소속 공작원을 만나 국내 동향 보고와 관련한 논의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형량을 유지해, A씨는 2020년 5월 만기 출소했다.
"재범 위험성 높아" vs "입증 안 돼" 법정다툼

판결문에 비실명화된 "000원수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뜻한다. A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심 판결문 일부 캡처
법무부는 지난해 3월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A씨에게 보안관찰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는 ①A씨가 수형생활을 마치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②출소 후 무직자 생활을 하면서 "남북통일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고 ③수형 당시 받은 교정재범 예측지표 심사에서 높은 수준의 재범 위험성을 보였기 때문에 보안관찰 처분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보법 위반 범죄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점도 고려됐다.
보안관찰법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이상을 선고받으면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보안관찰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안관찰 대상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주요 활동 내역을 관할 경찰서에 보고해야 한다. 보안관찰 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년마다 갱신된다. 보안관찰법은 1989년 사회안전법이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고 폐지된 뒤 대체 제정됐다.
A씨는 법무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보안관찰은 행정기관이 법원 통제 없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처벌금지 원칙 등을 위반하므로 헌법에 어긋나고 △자신의 보안관찰 처분 시점에 재범 위험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증거 제출 안 한 법무부... "재범 위험성 인정 안 돼"

법무부 청사.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올해 60세로 지체장애 3급을 앓고 있고 △국보법 폐지에 긍정적이지만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수준은 아니란 점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국보법 위반 범죄가 중대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안관찰에 해당하는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보안관찰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5년 12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유지와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대치하는 현실적 상황 등을 고려했다. 보안처분은 형벌과 다른 의의를 가진 사회보호적 처분이므로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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