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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 휴대폰에 또다른 불법촬영물… 법원 "유죄" "별건"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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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 휴대폰에 또다른 불법촬영물… 법원 "유죄" "별건" 제각각

입력
2022.06.07 04: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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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정보 임의제출·압수 판결문 30건 보니
'압수 범위' '소유자 참여' 해석… 판사마다 달라
수사현장 혼란 지적에, 법원 "사건 특성 상이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휴대폰에 저장된 범죄 관련 사진 등 디지털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적법성을 두고 법원 판단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공권력 행사라 법이 정한 절차를 엄격히 지키고 범죄 관련 증거만을 압수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법정에선 ‘실체 규명이 우선’이란 잣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에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이 합법적인지 따지는 기준으로 '피의자 동의가 있었는지' '범죄 혐의와 관련된 선별된 압수인지' '피압수자 참여권을 보장했는지' 등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압수수색과 동등한 증명력을 부여하는 임의제출 증거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한국일보가 지난해 11월부터 전자정보의 임의제출 및 압수수색 적법절차를 따진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문 30건을 분석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전자정보의 압수 범위와 정보 소유자의 참여권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법원의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 적법성 판단 요건

법원의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 적법성 판단 요건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한 달 새 연이어 내려진 대법원 1·2부의 불법촬영 사건을 꼽을 수 있다. 2부 사건의 경우, 재판부는 일반 주택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다 체포된 남성이 제출한 휴대폰 속 별건 촬영물을 범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범죄 유형은 비슷하지만 장소와 날짜, 피해자가 모두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1부는 비슷하지만 다른 판단을 내렸다. 식당 화장실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이 임의제출한 휴대폰 속 다른 사진을 범죄 증거로 인정했다. '범죄 상습성과 경향성을 뒷받침한다'는 이유였다.

하급심 판단은 더욱 제각각이었다.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디지털 정보의 범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8건)과 압수 대상자의 참여권이 구체적으로 보장되지 않았지만 범죄와의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증거로 인정한 판결(4건)이 혼재하고 있었다. 영장 전담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는 "정보 압수과정에선 늘 적법절차 확보와 범죄자 처벌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둘 것인지 쟁점이 된다"며 "사건의 관련성과 동일성, 피의자의 참여권 보장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판사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기준이 제각각이란 지적에 대해 "통일된 법리와 해석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개별 사건마다 각기 다른 사실관계로 인해 결론이 달라 보일 뿐,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허용된 만큼의 압수 정보만을 범죄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 현장에선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전문위원회는 "특히 (압수된 디지털 정보와) 범죄와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범위를 두고 법원 판결이 일관되지 않다"며 “수사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형사사법 전문가들은 디지털 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증거 보존명령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박경규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영장을 받기 전에 피의자 전자정보를 확보하는 보존명령을 할 수 있다면, 법원이 관련성을 다투는 일도 줄고 디지털 범죄의 피해 확산과 은닉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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