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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돌아온 '빛과 소금' "시티팝 재발굴에 소환돼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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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돌아온 '빛과 소금' "시티팝 재발굴에 소환돼 나왔죠"

입력
2022.06.05 16:58
수정
2022.06.05 1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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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규 6집 'Here We Go' 발매

'빛과 소금'의 멤버 장기호(왼쪽)와 박성식은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한 '오래된 친구'다. 지난달 31일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음악을 하다 보면 투닥투닥할 때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서로를 이해하고 참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빛과 소금'의 멤버 장기호(왼쪽)와 박성식은 초등학생 때부터 함께한 '오래된 친구'다. 지난달 31일 서울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음악을 하다 보면 투닥투닥할 때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서로를 이해하고 참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2019년 서울레코드페어 때 저희 빛과 소금 2~5집을 모은 바이닐(LP) 박스세트가 500개 한정 판매된 적이 있어요. 장 수로 치면 2,000장인데 그게 문 열자마자 다 팔린 거예요. 그때 사인회에 가서 깜짝 놀랐어요. 중·장년층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20대가 많더군요.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장기호)

한국형 시티팝의 조상으로 추대되며 젊은 음악 마니아들에 의해 재발굴된 듀오 '빛과 소금'이 돌아왔다. 1996년 5집 ‘천국으로’ 이후 사실상 활동을 중단했던 이들이 최근 26년 만에 새 앨범 ‘히어 위 고(Here We Go)’를 발표했다. 데뷔 20주년(2010년)을 기념하며 콘서트를 열었던 2011년 이후로도 11년 만의 활동 재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50년 지기 두 멤버는 “2년 전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명맥 유지 차원에서 신곡 한두 곡 정도 내려 했는데 주위에서 앨범을 내는 것이 어떠냐고 해서 6집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시티팝 인기로 20, 30대 팬들이 크게 늘어난 게 자극이 됐다. 시티팝은 일본에서 시작한 용어로 1970, 80년대 서구의 소프트 록과 퓨전 재즈, R&B, 솔, 라틴 재즈 등의 영향을 받은 도시적 분위기의 대중음악을 말한다.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까지 불어닥친 시티팝 열풍에 힘입어 1990년 데뷔곡 ‘샴푸의 요정’은 2019년 가수 정기고, 2020년 K팝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이 잇달아 리메이크했다.

빛과 소금은 1994년 4집 ‘오래된 친구’ 발표 후 장기호가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활동이 중단됐다. 박성식이 미국으로 건너가 작업을 마친 덕에 5집을 낼 순 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대중음악계가 위축되고 음반 시장이 축소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두 멤버 모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개인 음악 작업을 이어갔지만, “5집이 마지막 앨범이라 생각했기에 앨범 제작에 대한 간절함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에게 6집을 내도록 자극한 것은 ‘데뷔 30주년’을 맞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 멤버로 2018년 12월 세상을 떠난) 전태관 1주기에 맞춰 추모 앨범을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과 만드느라 6집 제작이 2020년으로 미뤄졌어요. 코로나19 여파로 다시 또 지연되다 지난해 3월쯤 작업을 시작했죠.”(장기호) “각자 따로 곡을 써서 녹음한 뒤에 서로 필요한 연주들 더해 완성했어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목표였기에 이것저것 채우기보다는 여백을 느끼며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습니다.”(박성식)

앨범에는 기존의 빛과 소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은 10곡이 담겼다. 장기호가 쓴 첫 곡 ‘블루 스카이(Blue Sky)’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낙관을 담은 청량감 넘치는 영어 가사 노래다. 수년 전 수업용 선법 작곡 교재를 만들며 쓴 예제 곡을 발전시켜 완성했다고. 데뷔 이래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박성식이 쓴 ‘오늘까지만’에선 랩을 넣기도 했는데 이 역시 데뷔 후 첫 시도다. 그룹 11월의 장재환이 보컬로 참여한 ‘사랑의 묘약’은 이글스를 연상시키는 컨트리 록 장르의 곡이다.

빛과 소금 6집 'Here We Go'. 사운드트리 제공

빛과 소금 6집 'Here We Go'. 사운드트리 제공

1990년 빛과 소금은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고 그 파장은 지금의 젊은 세대와 공명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엔 어떤 흐름이 있었어요. 단 몇 명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편곡하며 주도했죠. 우리는 그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려고 했어요. 우리 음악은 잊힌 세대의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소환돼서 공유되고 즐기는 걸 보면 기분이 좋죠.”(장기호) “6집을 냈으니 이제 9집, 10집까지도 내야죠. 건강이 허락해주기만 한다면요.”(박성식)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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