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중심 축구 변화 위해선 모험적인 선수 필요했다"
"지성·영표는 강한 요구도 수용하고 해결한 선수"
이영표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던 히딩크 감독 리더십"

거스 히딩크 감독이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월드컵 20주년 기념 히딩크 감독 초청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명장' 거스 히딩크의 '애제자'는 누가 뭐래도 박지성(전북현대 어드바이저)과 이영표(강원FC 대표이사)다. 히딩크 감독이 당시로선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었던 박지성 이영표를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월드컵 이후에는 자신이 부임한 PSV에인트호번에 데려갔다. 그들을 히딩크 감독이 유독 아꼈던 이유는 다소 무리한 요구도 포기하지 않고 해내고야 마는 '악바리' 근성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KFA 지도자 콘퍼런스'에서 대담으로 국내 축구 지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히딩크 감독은 2000년 12월 부임 당시를 떠올렸다. 직면한 과제는 선수 선발이었다. 그는 "내가 봤을 때 한국의 플레이 스타일은 굉장히 수비적이었고 현대 축구보다 뒤쳐져 있었다. 현대 축구에 맞게끔 이를 해결하고 극복해나갈 선수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그런 히딩크에 눈에 띈 것이 박지성과 이영표였다. 히딩크 감독은 "모험을 즐기고, 도전적인 선수를 원했다. 강한 요구도 끝까지 수용해 해결할 수 있는 선수여야 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나는 틀리지 않았다. 이들은 현대 축구에 적합한 선수였고, 월드컵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흐뭇해 했다.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가 PSV의 다른 유럽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들은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이게 말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며 '셔틀런' 훈련을 예로 들었다. 셔틀런은 일정한 간격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달리는 훈련이다. 히딩크 감독은 "훈련을 할 때 선수들은 결국 지치고 느려지고 언젠가는 멈춘다. 하지만 이 둘은 정말 기절하기 직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강한 집념은 이들의 강점이었다. PSV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당시 히딩크 감독을 '지배'와 '소통'이라는 리더십으로 기억했다. 박지성은 "사람 대 사람으로의 커뮤니케이션, 교류가 있었다는 게 감독님의 가장 다른 점이다"며 "'이 사람이 나를 어느 정도로 끌어낼까' 하는, 처음 느껴보는 기대감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영표는 "보통 경기장에 나설 때는 '잘해야겠다, 이겨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님은 '오늘 감독님을 위해 경기장에서 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게 '가스라이팅'인가 싶기도 하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그 정도로) 제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래서 감독님 말씀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며 따라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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