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 군축회의 주재...한미일 등 50개국 반발
중러는 "의장국 축하"... 백신 지원으로 한층 밀착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북중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한국과 미국, 일본에 맞서 협력 기조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놓고 국제회의체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보란 듯 공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결 구도가 굳어진 모습이다.
세 나라의 호흡이 두드러진 무대는 2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군축회의다. 북한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한 달간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자, 한미일을 필두로 약 50개 회원국들은 공동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하고, 7차 핵실험 시점을 저울질하는 북한이 과연 군비 축소 논의를 이끌 자격이 있느냐는 힐난이다. 특히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추가 대응책을 고심 중인 한미일의 반대가 거셌다. 고영걸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성명과 별도로 발언을 신청해 “북한은 전술탄두 개발을 포함한 핵 야망을 공공연히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도 가만 있지 않았다. 순회 의장을 맡은 한대성 북한대표부 대사는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전쟁 중”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향한 적대적 정책을 추구하는 한 계속해서 국방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국도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등 동맹국과 군사훈련을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만큼, 핵개발을 멈출 수가 없다는 논리다. 중러도 동조했다. 양국은 다른 회원국들의 성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의 의장직 수임을 축하하고, 적극 협조도 약속했다.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거부하며 대놓고 북한의 편을 든 데 이어, 거듭 힘을 실어준 것이다.
코로나19 대응도 북중러의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올랐다. 중러는 의료물품과 방역물자는 물론 코로나19 백신까지 북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백신공급프로젝트 코백스(COVAX) 대변인은 3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북한이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수용해 접종이 시작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한미와 국제기구의 백신 등 인도적 지원을 죄다 뿌리쳤던 북한이 중국의 조력은 외면하지 않은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고려항공 수송기를 통해, 같은 달 26일에는 열차로 방역 원조를 받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일의 압박이 더 거세지면 북중러는 방역 지원에서 나아가 연합훈련 실시 등 군사적 협력 분야로 영역을 넓혀 결속을 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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