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협조자 임의제출 휴대폰 증거로 되레 별건 기소
검찰, 협조 구할 땐 "김학의 수사에 관해 압수" 명시
법원 "김학의 동영상과 관련 없어... 중대 절차 위반"
"추가 압수 영장 받든지, 임의제출 다시 받았어야"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수사 과정에서 핵심 참고인을 개인 비리 혐의로 별건 수사해 기소했다가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진상 규명에 협조를 위해 참고인이 제출한 휴대폰을 증거 삼아 되레 참고인을 기소했지만, 당초 수사 목적을 벗어난 위법한 증거 수집이란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는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기소된 K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K씨의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 "윤중천과 김학의 동영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수사 목적 달성을 위해 부당하게 별건 수사를 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K씨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휴대폰에서 나온 문자메시지가 없었다면 검사가 공동공갈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심 물증인 K씨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봤다.
K씨는 내연 관계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법적 공방을 하던 2012년 말 '김학의 동영상'을 처음 수면 위로 올린 인물이다. 2019년 김학의 사건 재조사에 나선 검찰 특별수사단은 K씨에게 김학의 동영상을 저장했던 휴대폰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김학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외압을 넣은 혐의로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전 의원 수사를 위해 K씨에게 협조를 구한 것이다. 2019년 5월 특수단은 K씨 주거지 근처에서 휴대폰을 임의제출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6월 곽 전 의원 등을 혐의없음 처분하고, 한 달 뒤 K씨를 공동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K씨 휴대폰 속 문자메시지에선 K씨가 한 남성과 공모해 불륜을 폭로하겠다고 의사를 겁 주며 돈을 뜯어낸 정황이 발견됐다. 수사 협조자였던 K씨는 돌연 수사 대상이 돼버렸다. K씨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본건(김학의) 조사를 받는 동안 검찰이 별건을 거론하며 협조하라고 압박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이에 대해 위법 증거수집에 의한 별건 기소라고 판단했다. K씨가 김학의 관련 수사 협조차 임의제출했고, 검사가 교부한 압수목록에도 '곽 전 의원 등 피의사건 관련'이라고 적힌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K씨가 자신이 기소될 수 있는 전자정보까지 검찰에 임의제출했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중대한 절차 위반행위"라며 검찰 수사를 문제 삼았다. 별건 수사 핵심 물증이 중대 하자로 증거능력을 상실하자, 관련자 진술 등 2차 증거도 위법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따라 못 쓰게 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별건 부분의 압수수색 영장을 따로 발부받거나 해당 부분을 특정해 다시 임의제출받았어야 했다"며 K씨의 공동공갈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수긍하자 검찰은 결국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참고인을 압박하기 위한 별건 수사의 무리수를 인정한 셈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권 옹호기관을 자부하던 검찰이 체면을 구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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