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등 장애인·여성·성소수자 혐오 넘치지만
실제 통계 보면 차별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변희수 사건 등 혐오 목소리 과대 대표돼 비극
한국은 정말 혐오의 국가일까.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뉴스나 온라인 세상의 여론을 보면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말자'라는 차별금지법은 반대에 막혀 15년째 요지부동이고, 온라인에는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여성, 장애인, 어린이, 외국인, 노인 등 온갖 약자를 향한 조롱과 비하가 넘쳐난다.
그렇지만 정작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혐오와 차별이 오히려 '소수'다.
차별금지법의 찬반을 가르는 가장 뜨거운 주제인 '성 정체성'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5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동성애도 사랑의 한 형태인가'라고 물은 결과 58%가 그렇다고 답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청년 세대(18~29세)에서는 10명 중 9명에 가까운 86%가 동의했다. 성전환 수술에 대해서도 '개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할 수 있다'는 답변이 60%였다.(한국갤럽·2020년 조사)
한국리서치의 지난해 7월 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허용을 지지하는 답변(48%)이 반대하는 답변(38%)보다 높았다. 군 입대 역시 긍정적인 답변(54%)이 부정적인 답변(33%)을 웃돌았다.
이렇듯 여론은 찬성이 반대보다 높지만 앞서 숙명여대에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수험생과 고(故) 변희수 하사는 거센 혐오의 목소리만 두드러지면서 꿈을 포기해야 했다. 동성애자도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는 2017년(한국갤럽)에 이미 90%가 찬성했다.
변화는 느릴지라도 꾸준하다. 한국갤럽의 동성결혼 법제화 찬성 응답은 2001년 17%에서 2021년 38%로 늘었다. 반대는 67%에서 52%로 줄었다. 난민 수용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과거보다는 이해도가 높아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2021년 조사에서 33%는 난민 수용에 찬성했는데,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당시 찬성률(24%)보다 높아진 수치다. 예멘 난민을 불법취업 입국자가 아닌 내전으로 인한 '전쟁 난민'으로 본다는 이들도 40%에서 50%로 많아졌다.
"차별 해소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문제"라고 국민의 75%가 생각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올해 4월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등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다.
그런데 왜 우리는 혐오와 차별이 넘쳐난다고 보고 있을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호림 활동가는 "소수자의 권리를 반대한다는 이들을 대립하는 의견으로 취급하는 일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론장에서 혐오 발언을 하나의 의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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