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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전역이 킬링 필드” 역설한 날에도 또 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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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전역이 킬링 필드” 역설한 날에도 또 총기난사

입력
2022.06.03 18:11
수정
2022.06.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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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법 가로막는 공화당에 "비양심적" 일갈
하원, 총기 구매자 최저 연령 상향 법안 내주 표결
올해 들어 총기난사 232건… 총성 없던 날 5일뿐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의회에 총기 규제법 통과를 요청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의회에 총기 규제법 통과를 요청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에서 너무나 많은 일상적인 곳들이 ‘킬링 필드’(대학살 현장)로 변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뭔가 해야만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잇따르는 총기 참사를 비통해하며 의회에 총기 규제법 통과를 촉구했다. 자유로운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공화당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원도 바이든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총기 구매 허용 연령을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에도 또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일일이 언급하며 “우리는 너무나 많은 학살을 이미 목격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비극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총기 규제법은 누군가로부터 총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회를 통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현재 미 의회에는 총기 구입 시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법안 2건이 3년째 계류돼 있는 상태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선 무난히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공화당 반대에 가로막혀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총기 자유를 적극 지지하는데, 공화당의 최대 지지 기반이 바로 전미총기협회(NRA)와 총기 제조업체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대다수 공화당원들은 총기 규제 제안이 토론되거나 표결에 오르는 것조차 원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을 향해 “비양심적”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투표로 만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의회를 거듭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형 무기와 대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 구입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려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최근 뉴욕주(州)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모두 18세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9일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를 방문, 총기 사고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18세 고등학생이 학교 교실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유밸디=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9일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에 위치한 롭 초등학교를 방문, 총기 사고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18세 고등학생이 학교 교실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숨졌다. 유밸디=로이터 연합뉴스


하원도 총기 구매자 최저 연령을 21세로 높이는 법안을 다음 주에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메모리얼데이(미국 현충일) 연휴로 휴회 중인데도 법사위를 열어 법안 심사도 마쳤다. 이 법에는 총기 밀매와 대용량 탄창 판매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항도 담겨 있다. 그러나 기존 총기 규제 법안들과 마찬가지로 하원이 압도적 지지로 법안을 가결하더라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명씩 반분한 상원에서는 통과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이 온갖 어깃장을 놓으며 법을 저지하는 사이 미국 국민들은 총탄에 스러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한 직후에도 아이오와주 에임스 외곽에 위치한 한 대형교회 주차장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총격범을 포함해 3명이 숨졌다. 같은 날 위스콘신주 러신에서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2명이 총에 맞아 다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5개월간 사상자가 4명 이상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무려 232건에 달했다. 월별로는 1월 34건, 2월 36건, 3월 42건, 4월 57건, 5월 61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였다. 총격 사고가 한 건도 없었던 날은 단 5일에 불과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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