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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목받는 애그테크들

입력
2022.06.04 06:00
수정
2022.06.04 07:27
23면
0 0
최연진
최연진IT전문기자
국내 애그테크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시설. 서재훈 기자

국내 애그테크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스마트팜 시설. 서재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미친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나라에서 나오는 각종 원자재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생산 차질로 세계 각국의 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농작물 공급 중단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식량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럽의 곡창으로 통하는 우크라이나와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 두 나라가 전 세계 밀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체르노젬이라고 부르는 인산과 암모니아가 풍부하게 함유된 비옥한 토지인 검은 땅을 많이 갖고 있어 각종 곡물이 잘 자란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때 구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는 모스크바 점령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럽의 식량창고인 우크라이나에 주력군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전쟁이 끝나 두 나라의 농업 생산력이 회복될 때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집트와 레바논은 곡물의 8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사왔다.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밀 가격의 급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밀 가격은 연초 대비 60% 치솟았다. 그렇기에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향후 몇 달간 전 세계가 식량 공급 차질에 따른 최악의 참사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바람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농업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즉 애그테크들이다. 애그테크는 정보기술(IT)을 농업에 접목시켜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 보니 요즘처럼 식량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애그테크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과거에 애그테크는 투자 후 수익을 거둘 때까지 오래 걸리는 분야로 인식돼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속화된 식량위기가 애그테크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크런치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애그테크 투자는 50억 달러(약 7조 원) 규모였다. 올해도 애그테크 투자가 1분기 현재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넘어섰다.

미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플랜티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 구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등으로부터 약 1조1,3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토양에 맞는 씨앗을 추천하는 미국 FBN은 누적으로 약 1조 원을, 국내 대표 애그테크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지난 2월 SK스퀘어 등에서 1,7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애그테크들이 지향하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환경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이 농업에서 발생한다. 애그테크들 중에 탄소를 내뿜는 가축들의 생리 현상을 감소시킬 수 있는 사료 개발, 탄소를 줄이는 농경작 기술 등을 연구하는 곳들이 많다. 따라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은 각국의 식량 안보와 함께 인류 공동의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투자업체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애그테크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식량의 대외 의존도를 줄여 식량 안보를 강화하면서 기후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산업의 쌀인 반도체 못지않게 우리가 먹을 쌀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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