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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술동맹에 대한 우리의 자세

입력
2022.06.07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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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번영(IPEF) 출범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번영(IPEF) 출범 행사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과의 기술동맹 논의가 활발하다. 동맹은 공동의 적을 염두에 두고 구속력 있는 공동 군사훈련이나 군사행동을 약속하는 국제협정이다. 이러한 논리를 기술동맹에 적용하면, 기술동맹이란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두고 몇몇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기술협력이나 기술규제 등 공동대응을 취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에 토대한 일방적인 대중 수출규제 및 투자 제한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기술견제 공동보조를 위한 동맹국들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이 현재까지 중국 기술굴기(技術屈起) 견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몇몇 주요 국가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 예컨대 반도체 부문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의 중국 기업과의 거래 중단으로 중국 반도체 기술굴기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기술동맹을 보다 제도화된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안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 태평양 조정관 커트 캠벨은 무역, 기술, 공급망, 표준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D10(Democracy 10)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가치를 중심으로 한 기술동맹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더 구체적으로 기술 부문에 초점을 맞춘 국가들 간의 협의체로 T10(Tech 10), T12(Techno Democracy 12)구상을 제안하였다. 인도 태평양 4개국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 안에서도 신기술 워킹그룹이 출범하여 인공지능(AI)과 통신 부문 기술표준, 5G확산, 반도체 공급망, 보건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실질적 협력은 보이지 않는다. 2021년부터 시작된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협의회(TTC)는 두 차례 공식회의를 통해 수출통제나 해외투자심사 협력 이외 기술표준협력, 공급망 안정, 데이터 거버넌스, 러시아 공동제재 등을 논의하면서 명실상부한 기술동맹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하여 주목받고 있다. IPEF는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무역협정과 달리 포괄적 경제 협력을 추구한다. IPEF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국가 간 협상이 진행되며 자세히 드러나겠지만, 미국이 IPEF를 추진하는 주요 이유는 첨단 공급망 재편과 첨단기술 부문 협력이다. 때문에 IPEF가 향후 기술동맹의 구심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참여국의 산업구조와 기술역량의 차이가 크고, 참여국 모두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IPEF가 배타적이고 구속력을 가지는 경제 및 기술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후 미국이 짜는 기술동맹의 주요 파트너로 한국이 부상하고 있다. 가치나 원천기술을 고려할 때 우리가 미국이 짜는 기술동맹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다른 한편 미국의 기술동맹은 시장 논리가 아닌 지정학적 고려에 따라 공급망을 재편하고 개방적 글로벌 기술혁신체제를 변화시키면서 한국의 혁신 비용을 증가시키고 중국 위협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술동맹을 대하는 한국의 전략은 미국과 무엇을 어떻게 협력하고 주고받을 것인지에 대한 협상을 중심에 놓고 이와 함께 대대적인 국가혁신체제 재편과 위험관리 시나리오 및 대응을 포함해야만 한다.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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