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 '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방한

2020년 '아노말리'로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에르베 르 텔리에 작가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다 보면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도, 급류를 타는 순간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뒤로 돌아가 바꿀 수 없죠. 만일 그 기회를 갖게 된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소설을 쓰며 저는 나의 의지로 결정한 존재의 양태와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치관,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들은 결코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프랑스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는 2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르베 르 텔리에는 2020년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인 ‘아노말리’의 저자로, 소설, 희곡, 시를 쓰는 작가이자 수학자이며 기자, 언어학 박사다. 2022 서울국제도서전 참가를 위해 방한했으며 이날 간담회는 ‘아노말리’의 국내 번역 출간을 기념해 열렸다.
‘아노말리’는 석 달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분신’을 대면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를 통해 삶의 진실과 조우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시공간의 오류로 똑같은 사람들이 탄 똑같은 비행기가 두 번 착륙한다는 황당한 설정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다.
그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해 쓰게 된 소설”이라며 “한 명의 주요 인물이 여러 다른 상황을 겪어가며 이면을 탐색하는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노말리'는 여덟 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반응 하는지에 관한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아노말리’는 평균 40만부인 기존 공쿠르 수상작 판매 부수를 뛰어넘어 프랑스에서만 110만부가 팔렸다. 역대 공쿠르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은 판매다. 그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코로나 덕을 봤다”고 했다. 공쿠르상 발표가 파리 봉쇄령이 해제돼 서점들이 일제히 문을 열던 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점에 달려가 책을 산 것이다. 그는 “나에겐 다행이지만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어쨌든 제 책이 봉쇄령의 지속으로 좌절감이 쌓여 있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탈출구가 됐고 숨통을 트이게 해준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봉쇄령 동안 기생충과 부산행, 오징어게임을 재미있게 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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