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이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성장률 낮추고 물가 전망 높일 가능성 커
무역적자 지속, 경상수지 흑자 폭은 축소될 듯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와 직면한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 의지를 반영해 전망치를 다소 높게 잡아온 정부마저 ‘저성장·고물가’를 공식 인정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후퇴+물가 상승) 공포 확산 등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하순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정된 경제전망치를 제시할 방침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3.1%, 물가 상승률은 2.2%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 둔화가 현실화한 만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2%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2019년(2.2%) 이후 다시 2%대로 주저앉게 된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한 뒤 지난해엔 4.0% 성장률을 기록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감안해 물가 전망은 4%대로 올려 잡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1~4월 평균 물가 상승률(4.05%)이 4%를 돌파한 데다, 향후 더욱 치솟을 가능성도 높아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당분간 5%대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4월 기재부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2%대 성장률과 4%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보고한 바 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탓에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가 적자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5월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78억4,000만 달러 적자에 달한다. 이에 따라 8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한 정부 전망은 500억~600억 달러 흑자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은행도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기존보다 200억 달러 감소한 500억 달러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주요국의 공격적 긴축 등 위험 요인은 차고 넘치는데, 이를 진정시킬 정부 정책은 사실상 바닥난 상태인 것도 복합 위기를 부채질하는 부분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하는 저성장·고물가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미 주요 경제기관은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5%로 내리면서 물가 전망치는 3.1%에서 4.0%로 높였다. 한은도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낮추고 물가는 3.1%에서 4.5%로 올려 잡았다.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부정해 온 한은 역시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는 시장평가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물가를 잡으면서 추가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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