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LNG선 한 달 항해 마치고 충남 보령 입항
2만㎞ 뱃길 중 1만㎞ 사람 도움 없이 자율운항
HD현대 "미국선급에서 증명서…하반기 상용화"
HD현대(옛 현대중공업 지주)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세계에서 처음 자율운항으로 대형 선박의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소형 선박을 타고 짧은 구간에서 자율운항에 성공한 게 전부였던 터라, HD현대의 이번 성공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대형선박이 자율운항해 대양횡단
아비커스는 SK해운과 18만㎥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이 선박엔 아비커스가 만든 2단계 자율운항 프로그램인 하이나스(HiNAS) 2.0이 담겨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의 자율화 등급을 4단계로 나누는데, 2단계는 선박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 운항하는 수준을 일컫는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은 인공지능(AI)이 날씨와 파고와 같은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 명령까지 제어하는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선원이 의사 결정을 할 때 부분적으로 돕는 1단계보다 한발 나아간 수준이다. 3, 4단계는 사람이 없는 채로 스스로 운항이 가능한 단계다.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프리포트(Freeport)에서 출항한 이 선박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33일 만인 이날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회사 측은 2만km의 뱃길 중 절반인 1만km를 사람의 도움 없이 운항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던 중 선박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는 건 물론 다른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뒤 충돌할 뻔한 위기를 100회 넘게 피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선박은 따로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통해 미리 위험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는 게 관건이다.
HD현대 "자율운항 기술 하반기부터 상용화"
자율운항 기술은 미래 해상 모빌리티의 혁신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인력난은 물론 해상 사고에 따른 비용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완성차 회사들이 치열하게 자율주행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최근 선박 기술 강국 사이에서도 자율운항 경쟁이 시작됐다.
2월 일본의 최대 해운사 미쓰이OSK라인이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선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해 주목을 끌었다. 다만 시험선박이 194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급의 소형이었고 운항 구간도 2개에 불과해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HD현대의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와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 속에서 진행됐다. 아비커스는 미국선급으로부터 자율운항 대양횡단의 결과 증명서를 받은 뒤 올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적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어큐트마켓리포츠(Acute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2,357억 달러(29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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