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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만 간신히 생존...강경파들이 자초한 민주당 참패

입력
2022.06.0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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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 종합상황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벼락을 맞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14곳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은 4년 만에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다. 불과 3개월 전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0.73%포인트 차이로 패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급격한 추락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대참패 속에 간신히 생존한 패장에 다름없다.

이 같은 참담한 성적표는 대선 패배에도 반성과 쇄신 없이 강경 노선을 내달린 결과라는 것은 자명하다. 0.73%포인트 격차가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는데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강경파들의 폭주는 거침없었다. 검찰에 대한 원한으로 가득한 분풀이식 검찰개혁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졌건만, 반성은커녕 오히려 더 끝장을 보자는 식의 태도에 상식적인 유권자라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고 이재명 후보 역시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방탄 출마’ 논란을 자초했다. 서둘러 정치를 재개할 명분이 없는 이들의 출마는 대선 패배에 자숙하지 않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그나마 고개를 숙이고 쇄신을 외친 이는 20대의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하지만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을 극복하겠다는 박 위원장의 사과와 반성을 되레 ‘내부 총질’로 규정해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당내 분란이 이어진 것은 민주당의 향후 쇄신 가능성마저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형편없는 실력의 강경파 의원들은 이미 국민들에겐 웃음거리다. 민주당이 이런 강경파에 포획되어 있는 한 민심의 외면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에 변화의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0.73%포인트 석패가 쇄신을 마비시키는 마취제가 됐듯이 이번 참패를 근본적 반성과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는다면 보약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엇보다 강경 노선을 주도했던 이들은 이번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민주당이 민심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내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내 이견을 봉쇄하는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은 민주 없는 민주당의 상징적 행태가 된 상황이다. 다양한 의견을 보장하는 주춧돌이 마련돼야 정책 대안 역량도 키울 수 있는 법이다. 민주당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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