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가자가 간화선 지도자 양성..."힐링 아닌 깨달음 추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가자가 간화선 지도자 양성..."힐링 아닌 깨달음 추구"

입력
2022.06.03 16:25
수정
2022.06.03 18:34
21면
0 0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 지도교수

간화선과 명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릅니다. 힐링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명상은 잠깐의 위안은 되지만 생사의 괴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간화선은 화두를 타파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는 수행법입니다. 자신과 만물이 원래 완전한 존재라는 사실, 영원한 행복이 마음속에 갖춰져 있다는 사실을 깨치면 을(乙)이어도 자유하고 갑(甲)이어도 자유하고 노동자여도 행복하고 사용자여도 행복합니다.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 지도교수

간화선은 스님들도 깨치기 어려워한다는 수행법이다. 마음을 일시적으로 다스리는 명상과 달리, 오묘한 화두를 들고 본질적 깨우침에 다다르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이런 간화선 대중화에 재가자가 두 팔을 걷었다.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지도 교수가 주인공이다. 서울 종로구 불교인재원에서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간화선을 가르친 후 처음으로 지도자과정 수료생 6명을 다음달 배출한다. 1기 수료생이 나오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재가자 지도자 양성은 대중들이 접하기 어려운 간화선의 문턱을 한층 낮추는 토양이다. 이제 첫 결실을 보게 된 박 교수를 최근 만났다.

간화선 전문가인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 지도교수가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간화선과 명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간화선 전문가인 박희승 불교인재원 생활참선 지도교수가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간화선과 명상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고우 스님 만나 간화선 깨쳐

박 교수는 스스로가 간화선을 만나 번뇌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1994년에 큰 꿈을 품고 조계종 종무원이 됐는데 종단은 불안정하고 내분이 많았어요. 내가 아는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인데 어째서 이럴까 고민이 많았죠. 2002년에는 마지막으로 선지식을 만나 길을 여쭙고 답이 없으면 종단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때 고우 스님을 만나 간화선을 접했어요."

지난해 8월 입적한 고우 스님은 박 교수가 찾아갈 당시만해도 선승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선지식이었다. 문중이나 세력을 두지 않았고 교구본사 주지도 한 적이 없어 대중적 명성이 없었던 터였다. 종단을 떠나려던 박 교수에겐 이 미지의 선승과의 만남이 인생을 전환시키는 벼락 같은 계기였다. 멀게 느껴졌던 간화선을 직접 체험하면서 불교에 대해 회의하던 마음을 정리했고 탐욕과 번뇌를 다스리게 됐다고 한다. 박 교수는 “불교에서는 깨달음의 장애가 되는 세 가지를 삼독심이라고 부른다. 탐욕과 화, 어리석음이다. 화두를 체험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욕심도 많이 줄었다. 가장 좋은 점은 화가 일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웃었다.

사유하는 대신 체험해야 깨달아

간화선은 거칠게 설명하면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이다. 화두는 깨우침을 얻은 조사(선승)들의 선문답을 모은 것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헛소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화두는 현재 1,700개로 정리됐는데 원칙적으로 하나를 깨치면 나머지도 깨칠 수 있다. 박 교수는 고우 스님에게서 ‘이 몸덩어리를 끌고 다니는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받았다. 그는 “정견과 발심이 세워진 이후에 화두 참선이 가능하다"며 "화두 공부하는 법을 모르고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화두를 줘 봐야 쇠귀에 경 읽기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화두는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체험해 타파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간화선은 논리와 사유를 차단해서 마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방법이다"며 "화두는 사유하는 게 아니라 의심하는 것이다. 의심을 통해 주관과 객관을 부수고 사유와 논리를 막아서 본질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직지 또는 직관, 돈오돈수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간화선 지도자 과정, 6년 만에 첫 수료생 배출

고우 스님과 함께 중국 사찰들을 순례했던 박 교수는 간화선이 온전히 보존된 곳은 한국 불교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간화선 종주국이라지만 공산화되고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불교가 파괴돼 버렸다. 일본의 선은 논리선으로 변질되면서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정신무장에 사용되기도 했다. 용케 한국 조계종의 산중에 선의 정체성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우 스님으로부터 20년 동안 가르침을 받은 재가 제자다. 그가 재가자 지도자 양성에 나선 것도 고우 스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뜻에서였다. 고우 스님이 지난해 입적하면서 박 교수의 부담은 더 커졌지만 6년간의 지도 끝에 지도자 과정 수료생 6명이 나오면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불교의 정견을 세우고 참선하면서 생활에서 중도를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데 6년이 걸린다"며 “간화선을 알리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없다. 나 같은 사람을 100명, 200명 양성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원력이고 고우 스님의 유지다. 간화선은 경쟁에 지치고 스트레스와 갈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