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최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 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장애를 가진 배우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 주인공이다. 실제 장애를 가진 연기자들이 극을 더욱 의미 있게 꾸몄다. 여기에는 배우들을 직접 섭외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뛴 노희경 작가의 노고가 있었다.
최근 방영 중인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장애를 갖고 있는 배우들이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먼저 정은혜는 이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이영희로 분해 먹먹한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실제로 화가인 정은혜가 그린 그림들이 에피소드 말미에 담기면서 뜻깊은 의미를 가졌다. 또 별이 역을 맡은 이소별 역시 실제 청각 장애를 가진 농인 배우로 알려지며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한지민 김우빈 정은혜가 나온 '우리들의 블루스' 14회 응원 영상은 유튜브 기준 19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다운증후군이라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극중 이영옥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비장애인들에게 불편한 시선을 받는 에피소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작진도 정은혜의 열연에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 제작진은 "한지민 정은혜 배우가 감정 열연을 펼치며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현장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두 배우가 감정을 절제하고 또 폭발시키는 연기를 보여줬다"면서 두 배우의 호연에 감탄했다.
1년간 섭외 공 들여, 제작진과 직접 만나 상의하기도
이와 관련 '우리들의 블루스' 제작진은 본지에 두 배우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제작진은 "정은혜는 처음에는 취재차 만난 후 1년여간 주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했다. 출연이 가능할 수 있을지 제작진, 감독 및 동료 배우들과 서로 만나보고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정은혜가 이 작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작가님 등 제작진은 확신을 가지고 출연 제안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노희경 작가는 정은혜와 1년 동안 교감하며 실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정은혜의 모습을 이영희 캐릭터에 녹여냈다. 또 한지민 김우빈이 정은혜와 촬영 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연기하기 위해 친밀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의 블루스'로 드라마에 데뷔하게 된 이소별은 담백한 연기 톤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소별은 노희경 작가에게 직접 섭외 전화를 받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이소별은 농인 학교를 다니던 시절 다양한 예술을 접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국무용을 6년, 현대무용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노희경 작가님이 이소별이 한 예능 프로에 나온 것을 봤고 출연한 모습이 너무 예뻐서 꼭 캐스팅하고 싶어서 직접 연락을 하셨다"고 귀띔했다.
이소별은 연기에 있어 누구보다 뚜렷한 가치관으로 작품에 임하는 중이다. 그는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에 가끔 농인 인물이 나오지만 비장애인이 연기하다 보면 잘 몰라서 실수를 많이 한다. 실제 수어를 쓰는 농인 배우가 연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언급했다.
이소별의 말처럼 드라마, 영화에서 장애를 겪고 있는 역할은 주로 비장애인 배우들이 맡곤 했다. 그런 점에서 정은혜와 이소별의 활약이 앞으로 남길 의미도 크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진심으로 임하는 이들이 설 자리가 늘면서 언젠간 한국의 트로이 코처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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